[미디어펜=성동규 기자]부동산 신탁업계 1위를 다투던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실적이 나란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형 건설사들이 휘청이기 시작하자 신탁사에도 여파가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12억9900만원으로 6.3% 지난해 1분기(440억5900만원)과 비교해 6.26% 줄었다. 영업이익은 1년 사이 135억9400만원에서 44억2600만원으로 67.44% 급감했다.
한국자산신탁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9억6551만원, 324억603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588억1254만원)은 23.9% 늘었지만, 영업이익(389억2216만원)은 오히려 16.6% 줄어들었다.
이처럼 양대 신탁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원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자금 경색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매출원가율이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토지신탁의 매출원가율은 69.15%에서 89.28%로 한국자산신탁은 33.81%에서 55.51%로 늘어났다.
한국토지신탁은 '영업비용' 중에서도 '기타 영업비용'이 늘어난 것이 매출원가율을 악화시키는데 주효했다. 지난해 15억6800만원에서 올해 54억1000만원으로 3.5배 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충당부채전입액'이 3억1000만원에서 29억9100만원으로 지출 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가 늘었고 '기타대손상각비'가 0원에서 17억2000만원으로 회수 불가능한 부실 매출채권이 손실 처리됐다.
이외에도 '대출평가 및 처분손실'이 올해 29억6600만원에서 69억5000만원으로 '이자비용'이 44억6900만원에서 51억5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다.
한국자산신탁의 경우에는 '영업비용' 중 대출채권 관련 손실이 지난해 0원에서 올해 108억8837만6583원으로 급증한 여파가 컸다. 기존 사업장에서 지출됐던 신탁계정대여금이 분양 이후에도 회수되지 않으면서 손실 처리한 채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 펀드 출자 지분에서 발생하는 유가증권 관련 손실도 39억131만원에서 97억6506만원으로 한 해 동안 150.3% 늘어났다. 이자비용은 31억1709만원에서 44억8819만원으로 판매비와 관리비가 120억9549만원 150억9582만원으로 증가했다.
신탁사들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탁사들은 지난 2016년 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방식을 도입한 이후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방식은 말 그대로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를 조달하고 신탁사는 정해진 시공사가 끝까지 공사를 완수하도록 책임지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한 방식이다
신탁사는 미분양이 나거나 시공사가 공사 중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되면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채무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는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는 별다른 탈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시기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시공사를 대체할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체 시공사를 찾더라도 이 과정에서 공사비용은 물론이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은 PF대출 금융기관보다 상환이 후순위로 밀려 신탁사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최근 중소형 시공사가 준공에 실패하고 부도나는 사례가 늘며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신탁사가 떠안아야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책임준공 확약관리형 사업에 참여한 시공사 중 도급순위 100위권 밖인 사업장 비중은 8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지방을 중심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시공사들이 연이어 도산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그 여파러 신탁사의 자산 건전성에도 적색경보가 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