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연내 통과시 1998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가 약 25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개인 투자자들도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소액주주 권리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5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을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했다.
발의의 배경은 이렇다. 국내 M&A의 84.3%는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등 다른 M&A 방식에 비해 주주총회 결의나 주식매수청구권 같은 주주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M&A에 반대하는 일반주주의 경우 투자자금 회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지배주주와의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윤 의원은 이번에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 M&A 과정 중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총 지분의 50%+1주'이상을 공개 매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M&A 과정에서 대주주에게만 프리미엄을 챙겨주던 관행에서 탈피해 일반주주 지분도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하고 매수 이후에는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일반주주의 잔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없이 경영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의결권 제한 및 주식 처분 명령, 공개매수 허위공고 시 공개매수자의 배상책임, 공개매수의 정지·금지 등 행정조치 및 형벌 등을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로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지배주주가 바뀌는 M&A 과정에서 이를 찬성하지 않는 일반 주주에게도 보유 주식을 새로운 지배주주(인수인)에게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권익을 보장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사실 한국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1월 구(舊)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지분율이 25% 이상이 되는 경우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토록 규정했다. 하지만 기업 간 M&A를 어렵게 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 때문에 1년 만에 폐지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의무공개매수의 도입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윤창현 의원 측은 "일반주주들도 기업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동일한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불투명한 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일부 지분만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일반주주에 피해를 주는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진다"고 입법 취지를 부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