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화그룹의 품에서 공식적인 행보에 들어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2023·마덱스)에서 앞으로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한화오션은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해양 방산분야에서 경쟁을 예고하며 앞으로 행보에 기대를 모았다. 데뷔전을 치른 한화오션과 업계 1위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말 열리는 우리나라 해군 울산급 호위함 입찰에서 정면으로 맞붙으며 본격적인 자존심 대결에 들어간다.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3'에서 한화오션 관계자가 외국 군 관계자들에게 무기체계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지난 7일 막을 올린 MADEX 2023에서 우리 군의 최첨단 함정 무기체계와 세계 각국의 함정·해양방위 시스템 등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12개국 140여 개 국내외 방위산업업체가 참여해 최첨단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한화그룹의 공식 계열사가 된 한화오션과 조선업계 1위인 HD현대중공업이었다.
한화그룹의 방산계열사와 함께 참석한 한화오션은 총 4종의 수상함을 전시하며 선봉장을 맡았다.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한국형 구축함(KDDX),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KDDX-S), 합동화력함 등의 모형과 영상을 통해 방산분야의 기술력을 어필했다.
무엇보다 한화오션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현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사외이사로 경영정상화를 서포터 역할을 자처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함정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이 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수상함 분야에서도 역사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앞서 벡스코 방문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김 부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춰 나가도록 하겠다"며 향후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앞으로의 한화오션에 행보가 기대를 모았다.
같은 행사에서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 HD현대중공업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연구 개발 중인 차세대 함정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AI 기반의 해양강군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다기능, 스마트, 모듈을 접목한 새로운 플랫폼을 전시했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KDDX와 무인전력지휘통제함, 기존 모델에서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한국형 항공모함과 수출용 원해경비함(OPV) 등이 공개됐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의 90% 이상이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전투 체계를 통합하고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 함정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양사 호위함 수주 '자존심' 대결
이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르면 올 하반기 예정인 '미니 이지스급' 군함으로 불리는 울산급 배치3(Batch-III) 호위함 수주를 앞두고 자존심 대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급 배치3 5·6번 함의 예상 수주금액은 8000억 원대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호위함 1번함을 수주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진행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국가 방위산업에서 안정성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점도 HD현대중공업이 마지막 5~6번함을 수주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제기하고 있다.
5년 만에 함정시장에서 수주에 나서고 있는 한화오션은 울산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에 사력을 다한다는 각오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KDDX 개발사업에서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수행 한 바 있어 기술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한화오션은 이번 입찰부터 최저가 낙찰 방식이 아닌 제안서 평가 방식으로 바뀐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사의 자존심 대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인 만큼 이번 함정수주에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업계 1위로서의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분야의 경쟁을 시작으로 조선업계에서 보여줄 양사의 경쟁은 향후 K-조선의 글로벌 입지를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황의 변화와 신조선가 상향 등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고, 새로운 지원이 약속된 한화오션의 등장으로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나아가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방산 분야와 에너지 산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정기선 사장과 함께 바다를 새로운 터전 삶아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양사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각자 지향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조선업 진입으로 저가수주 관행이 사라지고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