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이래경 사태’가 촉발된 것에 ‘무한책임’을 언급했음에도 내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친명계가 사태 수습에 나선 가운데 비명계는 인사 참사를 부각하며 이재명 사퇴론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어떻게’가 빠진 무한책임에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8일 이래경 사태가 발생한지 나흘이 지났지만 민주당 내 소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표가 전날 인사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음에도 책임 추궁은 일단락되지 않고 있다.
비명계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이 대표 사퇴를 언급했다. 수위도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것을 넘어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對일본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무한책임 발언을 언급하며 “무한책임의 방도는 대표직 사퇴밖에 없다”라며 “그런 인물인 줄 몰라 이 지경이 됐다라고 회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날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이 SBS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이 대표가 결단이나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이 대표의 결자해지를 촉구한 것보다 압박이 심화된 것이다.
반면 친명계는 무조건 이 대표의 사퇴가 정답이 아니라며 비명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친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의 무한책임에 대해 “새로운 대안과 미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취지로 느끼고 있다”라며 “책임이라는 발언 자체가 유감보다 더 높은 차원의 성찰과 유감 표명이라고 본다”면서 무한책임은 더 잘하겠다는 사과의 일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성호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의 무한책임은) 원론적 이야기”라면서 사퇴보다 사과의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면서 “이는 당을 더 위험에 빠뜨리는 근거 없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명계의 ‘사퇴론’을 부정했다.
이 대표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음에도 내부 불협화음이 가속화되는 것에는 누적된 책임 회피성 태도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연이은 부정 의혹에 대해 책임을 언급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후속 조치를 누락해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의원은 “돈 봉투 사건 그리고 또 김남국 의원 코인 사건이 났을 때 지도부로서 기민한 대응이 있었어야 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 등으로 우왕좌왕하고 과단성 있는 조치와 대응을 못했다”면서 지도부의 리더십이 이미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래경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에게 ‘낯짝’ 발언을 한 권칠승 수석대변인 또 권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옹호하며 ‘책임감’을 언급한 장경태 최고위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무한책임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밝힌 것은 오히려 반발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사퇴론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명계 의원들이 이래경 사태로 이 대표가 자기중심으로 총선을 치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혁신위원에 비명계의 지지를 받는 인물들도 등용하는 등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무한책임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며 책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내홍 진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