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내부 자정작용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고용 세습'-'자녀 특혜 채용' 논란을 자초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감사원의 감사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혜 채용에 한해서 부분 감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고, 그 또한 중앙선관위의 감사 범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나서면서 또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2시 노태악 중앙선관위 위원장이 주재한 전원회의를 열고 5시 40분까지 3시간 40분동안 릴레이 회의를 벌인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현 대법관)은 이날 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 없이 자리를 떠났다. 언론의 직접 질문을 피하는 모양새다.
특히 선관위는 이날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대해 감사원과 선관위가 다투는 것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감사원의 감사 정당성에 대해 끝까지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부분 감사를 수용한다면서, 실제로는 공식 반발하는 입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끝까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대법관). /사진=연합뉴스
선관위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감사원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이날 문자 메시지에서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관위의 '부분 감사 수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감사원은 "이미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했으므로 현재로서는 (중앙선관위의) 감사 거부 등과 관련한 수사요청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관위가 끝내 부분 감사 수용을 밀어붙일 경우, 감사원이 검찰 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읽힌다.
앞서 노태악 위원장은 지난해 일명 '소쿠리 투표'로 사퇴한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후임이다. 노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국민 신뢰 회복'을 외쳤으나, 이번 논란이 계속 커지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각종 논란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선관위의 내부 자정작용이 불가능하다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국민 여론이 일 정도다.
향후 감사원이 선관위의 '적폐'를 어떻게 드러내고 제단할지 주목된다. 선관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점을 완전히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