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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초치’에 ‘대통령실 논평’ 부른 싱하이밍의 전랑외교

2023-06-12 18:0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한중관계가 다시 삐걱대고 있다. 한국과 중국 외교당국이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면서 항의에 나섰고, 우리 정치권에선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싱 대사의 발언은 한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 고위급 교류가 전혀 없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에서 관계 회복을 위해 한중일 정상회담 실무급 물밑접촉을 시도하던 와중에 나왔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보다 한국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과거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때처럼 중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어질지 우려된다.  

싱 대사의 도발적 발언은 지난 8일 이 대표가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 관저에 초청된 자리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장면이 유튜브 생중계로 방영되는 가운데 싱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중국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려고 하지만 현재 많은 어려움에 부딪치고 있다.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면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아마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다음 날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며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정부도 즉각 맞대응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대변인 문답 형식의 글을 올려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가 지난 10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측의 ‘부당한 반응’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사진=연합뉴스


싱 대사의 발언은 외교관이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한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싱 대사의 발언은 미중 간 전략경쟁 상황에서 중국측이 구사하고 있는 ‘전랑외교’(늑대전사외교)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전랑외교의 대표적 인물은 시진핑 3기에 고속 승진한 친강 외교부장이다. 그는 주미대사 시절 강성 발언으로 유명했고, 이후 부부장을 건너뛰고 부장으로 승진했다.

따라서 싱 대사의 거친 발언은 중국 외교부의 현 기조 아래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 “이런 간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남북한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하자 친강 부장이 직접 나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싱 대사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비판적인 논평을 내며 강경 기조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외교소식통의 전언으로 싱 대사의 국내에서 위법한 영리활동 관련 의혹과 기업들로부터 고액의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외교관의 임무를 규정한 국제협약인 비엔나협약 41조에 외교관은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항에 외교관은 접수국의 내정에 개입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가교의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에도 또 주재국에도 국가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일반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한편, 국내 한 언론은 “싱 대사 부부가 지난 5월 16일 울릉도의 최고급 숙박시설에 무료로 숙박한 일이 있다”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운영 중인 곳으로 최소 1박에 10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싱 대사 부임 이후 중국대사관이 이태원 인근 공관원 숙소 신설부지를 사설 주차장으로 대여해 월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또 지난해 12월 장청강 주광주 중국 총영사에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문제가 많다”며 중국정부가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채택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의혹도 나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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