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네이버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길들이기가 노골화하고 있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밀접하게 언론을 접하는 포털 사이트의 순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만 좋은 일을 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 등 토종 포털사이트는 여전히 시민들의 주요 뉴스 창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8명은 뉴스를 접하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75.1%)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판교 네이버 사옥 모습./사진=네이버 제공
그간 주요 언론사들이 포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시도들을 해왔지만 포털 특유의 기사 접근성, 다양한 언론의 종합성, 검색 기능 등 장점 때문에 포털을 통한 언론 소비 현상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올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입법 추진, 플랫폼 독과점 문제 지적 등 전방위적인 네이버 길들이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재정비하고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네이버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네이버가 포털 뉴스를 장악했다거나 광고·쇼핑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온라인플랫폼 독과점의 폐해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의 비판이 내년 4월 총선을 염두한 사전 경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총선이 앞두고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포털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는 모습은 이미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라며 "국민의 뉴스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비판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네이버 길들이기가 국가 IT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경쟁에서 구글 등 미국 업체들의 장악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을 지키고 있는 네이버의 위축은 곧 미국 빅테크의 빈집털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가 장악하지 못한 몇 곳 중이 중국, 러시아와 한국이다. 중국은 철옹성같은 폐쇄정책으로 자국 인터넷을 통제하면서 자생력을 키우는 고립을 택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로, 얀덱스라는 자국 포털사이트가 IT를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자유롭게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능한 한국에서도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유저들에게 최적화된 다채로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뉴스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유튜브 검색 비중이 크게 늘면서 네이버 검색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네이버의 서치플랫폼 매출 의존도는 2021년 1분기 50.2%에서 지난해 46.1%, 올해 30%대로 지속 하락 중이다. 그 빈자리는 유튜브 등이 차지해 나가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조차 하지 못한 포털 주도권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그 반사이익은 글로벌 빅테크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