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법원이 불법쟁의의 손해 배상에 대해 연대 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자 경영계가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조합원의 불법행위(사업장 점거)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노조법 2·3조 쟁취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 입증이 힘들어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 밖에 없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파업의 과격화로 노사관계가 악화되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국내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정당한 보호와 폭력적인 불법쟁의의 근절을 위해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대법원이 불법파업에 참가한 개별노조원별로 손해를 입증하도록 한 것은 배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조합에게만 책임을 국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대법원이 경영성과급,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 등 그간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해온 원칙들을 부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고 있다”며 “분쟁을 예방하고 법적 안정을 추구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판결은 개별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원은 제2, 제3의 통상임금사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해 나가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했다.
경총은 “위법한 쟁의행위도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공동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공동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귀책 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럴 경우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오늘 대법원 3부 판결로 사업장 점거와 같은 산업현장의 불법행위가 확산되고,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한다”며 “대법원이 기존 판례와 다른 새로운 법리로 산업현장의 혼란과 노사관계 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