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6~18일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천안함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이 당 정치국에 복귀했다. 또 북한은 정세 분석과 관련해 “군사기술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혀 외교무대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 주요보직에서 한동안 밀려나있었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이번에 ‘통일전선부 고문’ 자격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전문가들은 김영철이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뿐 아니라 대남 압박을 위한 성명전과 비난전에 가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미·대남 강경론자인 김영철을 전격 정치국으로 복귀시켜 대남·대미 총괄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을 지원하는 대미·대남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철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무게감을 활용해 대남·대미 메시지를 직접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홍 연구실장은 최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등 미중 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이 북한에게 복잡하고 불확실한 측면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8차 전원회의를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2023.6.19./사진=뉴스1
그는 “최근 북한의 당 관련 회의에서 김정은의 대외정세 인식으로 등장했던 ‘신냉전’ ‘다극화’라는 표현이 이번 회의에 등장하지 않았다”며 “대신 ‘달라진 안전환경’ ‘복잡하고 심각하게 변화하는 안전환경’이란 표현이 나와 그간 ‘한미일-북중러 대치전선의 이완’ 등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중국과 교역의 단계적 정상화, 체육 및 민간교류 단계적 확대, 관광 재개 등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7.27 전승절, 항저우 아세안게임, 공화국 창건일 등을 계기로 활용해 중국·러시아와 외교적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상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활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대외적으로 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군사적, 정치외교적으로 맞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정치외교 문제와 관련해 김영철이 대미, 대남 정세 판단 및 대응과 관련해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이번에 밝힌 ‘미국의 강도적 세계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는 중국,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으로 북중 국경개방과 교류 재개, 러시아 전후복구재건사업 등에 노동자를 참여시킬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어 “다만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 등을 자주 언급하고 핵전쟁억제력 증가, 핵무기의 양적·질적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국방 분야 성과를 기본 바탕으로 해서 정권을 유지하고 체제를 결속해 나가려는 경향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8차 전원회의를 16~18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2023.6.19./사진=뉴스1
한편, 이번에 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으나 노동신문 보도 내용을 볼 때 연설을 하지 않았고, 직접 회의에 관여하지 않는 듯한 모양을 연출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회의는 지난 8기 6차 전원회의 의제들을 재강조하면서 김정은 중심의 체제결속을 강조했다”며 “이는 북한 내부에서 기존의 상징조작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차 연구위원은 “이는 김정은이 딸 김주애와 자주 동반해 등장하는 것과도 연결된다”면서 “즉 기존의 정통성 보장체계들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내부단결과 김정은 중심 체제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기존 핵전력 건설도 경로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번 전원회의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이 단기간 내 정찰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정찰위성 재발사 때까지 미사일 도발로 무력시위를 재현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대내외 정책은 최소한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고, 그동안 김정은은 중·러와의 연대 강화, 내부 사상투쟁 심화, 주민통제 강화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