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라는 파격 제안을 들고 나왔다. 2000년 제16대 국회 이후 24년 만에 의석수가 줄어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의원수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나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의원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는데, 그 정답은 민심에 있다"라며 "의원 정수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 아무 문제 없다"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일제히 김 대표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의 바람은 '국회의원 정수가 너무 많다. 줄여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단독으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에 요구한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정수 10% 감축안'에 대해 "의원들의 총의를 (다음) 의총을 열어 모으겠다"라고 힘을 실었다.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윈회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내에서 공론화는 안됐지만 삼삼오오 대화를 나눠보면 공감을 하는 의원이 많이 있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의총을 소집해서 토론에 부치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30명의 국회의원 의석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줄이느냐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300명으로 이 중 지역구 의원이 253명, 비례대표는 47명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석을 동시에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비례 축소를 통해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크게 소란을 안 불러도 비례대표를 좀 줄이고 또 지역구 의석을 조금 조정하면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각 지역마다 인구 상한선 하한선에 위배돼서 통합되는 지역이 있다. 그런 부분을 줄여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 의석을 줄이는 문제와 관련된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전문직군 그룹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데, 요새는 그런 취지지 없어져버린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자기들의 돌격대 비슷하게 자기한테 충성하는 사람들에게만 (비례)자리를 주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례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식으로 전체 의석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비례대표 축소에 대한 의견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정치 상황에서 국민들께서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실망감도 있고 하니 줄이자는 방향 자체는 맞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례를 줄이는 건 몰라도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동시에 줄이는 문제는 과연 의원들이 동의를 하겠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김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고 그러면 모를까, 국회의원 자리를 두고 사생결단하는 분들이 자기 지역구를 줄이는 데 대해 동의하겠나. 택도 없는 소리"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이 받아 들이지 않고 있지 않나"라며 "정치적 선언으로 끝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공론화 조사에서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65%에서 37%로 28%포인트(p) 하락한 것을 언급하며 "집권여당의 대표는 표피적인 국민 여론에 기대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의 염원을 도외시한 채 정쟁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2일 기자회견에서 "집권 여당 대표는 국민들의 국회 불신 감정에 기대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말씀이나 한다"며 "국회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자해 행위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