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13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해당 판단이 틀렸다며 불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복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13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해당 판단이 틀렸다며 불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복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 /사진=미디어펜
2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영국에 위치한 ISDS 중재판정부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20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5359만 달러(약 690억 원)의 배상금과 법률비용 2890만 달러(약 372억 원), 지연 이자 등을 포함해 약 13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중재판정부가 성급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판정 결과가 나오자마자 배당원금과 지연이자가 과다하다며 정정신청을 했고, 이르면 오는 7~8월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액수가 2800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라며 “내부적 판단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중재법 67조에 규정된 중재 취소사유인 ‘실체적 관할 위반’ 조항이 있어 취소 소송에 승산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법조계에 따르면 중재 판정의 핵심 쟁점은 투자유치국의 조치가 정당한 정책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이었는지 여부인데, 이번 사안은 ‘정부의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법 뇌물을 주고, 이를 대가로 옛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ISDS를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상법상 특정 주주의 주주권 행사가 다른 주주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발생시킬 수 없고, 삼성물산의 주주인 엘리엇이 다른 주주인 국민연금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없는 사안이므로 중재 판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론스타 ISDS 중재 판정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곧 제기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ISDS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절차를 지연하고 부당하게 과세했다며 론스타가 배상을 요구한 ISDS 사건에 대해 2022년 8월 2억16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노주희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는 “ISDS가 론스타와 같은 페이퍼 컴퍼니를 보호해 주는 것, 선진국끼리는 ISDS를 하지 않는 이유, 국내 자본은 ISDS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살펴볼 만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 적은 나라들과의 협정부터 ISDS를 삭제해 나가고, 국제사회의 ISDS 제도 개선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ISDS가 포함된 BIT 규정을 전면 재점검하고 개정을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