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정부에서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으로 경영계는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인건비까지 부담인 상황인데 최근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이 무산 되면서 절망감이 더 커진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상황에 맞지 않게 일률적으로 인상시키는 것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것이어서 후폭풍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저임금근로자가 보호받게 되기 보단,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으로 경영계는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인건비까지 부담인 상황인데 최근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이 무산 되면서 절망감이 더 커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경영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지난 정부의 경우 소득주도성장, 즉 임금이 높아지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론을 강조하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정권 말기인 2022년에 9160원까지 상승했다. 현재는 9620원인 상태다.
그러나 임금이 높아지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대기업의 경우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되지만,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중견, 중소기업의 사용자나 자영업자들은 높은 인건비를 지출하는 것이 아닌 인력을 줄이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알바생을 고용하지 않고, 무인으로 주문을 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인건비가 상승해 저임금보호자들의 생활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키오스크 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저임금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이는 저임금근로자들의 일자리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양질의 일자리에도 위협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2022)'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또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대로 최저임금을 1만890원(18.9%)으로 인상할 경우 최대 34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만15세~29세), 정규직 등의 일자리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청년층은 최대 4만5000개, 정규직은 최대 2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것은 대학생들이 배우는 경제학원론에 명시돼 있다.
맨큐의 경제학은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10대의 고용이 최대 3% 가량 감소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가격통제는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게 맨큐의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일찍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저숙련 근로자 등 근로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유지‧창출을 어렵게 만들어, 해당 계층의 소득 감소를 유발, 시장소득 기준 소득분배를 개선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다 지난 2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 가중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당초 위원회의 사용자위원들은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하는 방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처음으로 제공된 정부 연구용역 결과와 최저임금위원회 공식 심의자료에서 지불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밝혀진 한계업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라도 구분 적용을 시행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해당 제안이 무산 되면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들의 고충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용자위원들은 "법률에 명시된 사업별 구분적용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구분적용에 필요한 보다 정치한 통계적 기반을 시급히 구축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