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국제 밀 시세 하락을 계기로 라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식품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장 서민식품 대표격인 라면이 가격조정을 하더라도, 밀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품목들까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라면매대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6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서울 at센터에서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 한국제분협회 회원사들과 간담회를 연다.
이번 간담회는 각 사 실무진들이 참석하는 무겁지 않은 성격임에도, 정부가 밀 국제가격 하락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란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렸다.
특히 라면업계는 제분업체들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면을 구성하는 원재료 중 하나인 소맥(밀) 가격을 인하한다고 하면, 라면회사들도 가격인상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에도 밀가루 가격이 7% 가량 내리면서 라면회사들이 일부 제품 값을 내린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밀가루 외에 스프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라면회사들은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
라면회사 관계자는 “밀가루(소맥)이 라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이다. 밀가루 가격 오르내림에 따라 매번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010년과 현재는 모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품목으로 꼽히는 제과제빵 업계도 긴장 중이다.
마찬가지로 2010년에도 밀가루 가격 인하로 통밀을 사용하는 과자와 SPC 파리바게뜨, CJ푸드빌 뚜레쥬르 등이 제품 가격을 내렸다. 이번에 제분업체 밀가루 가격 인하로 라면값이 내리면, 빵·과자류에 화살이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다.
성장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 많이 찾는 품목인 유제품도 가격인하 압박 불똥이 튈까 우려가 크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밀크 플레이션’이 예고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연달라 올랐다. 매일유업은 다음달 1일부터 55종 치즈 제품 가운데 19개 제품 가격을 최대 15.6% 올린다.
제조사들이 원재료값 부담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편의점에서도 7월1일부터 스크류바·죠스바·옥동자바·수박바·와일드바디·돼지바·아맛나 등 인기 아이스크림 가격이 25% 오른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음식이란 상징성이 크다. 우선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가격 결정에 따라 라면값을 인하하는 것이 심리적인 물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