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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정 폭력에 무방비'?...피해자 가족 보호 시설 '제로'

2023-06-28 14:14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대한민국 인구의 30%가 살고 있는 경기도에 가정 폭력 피해자 가족 보호 시설이 전혀 없어, 가정 폭력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고양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경혜 의원은 28일 도의회 5분 발언에서, 경기도내 가정 폭력 피해자 가족 보호시설 설치와 보호시설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가정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가정 폭력 피해자는 피해자 보호 시설에서 임시로 머무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피해자 보호 시설은 크게 일반 보호 시설과 가족 보호 시설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 보호 시설 입소가 어려운 10세 이상 남아를 동반한 피해자(1순위), 자녀를 동반한 피해자(2순위) 또는 가정 폭력 피해자(3순위)의 경우에는 가족 보호 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내 일반 보호 시설은 31개 시·군 중 국비 지원을 받는 시설이 11곳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가족 보호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질의하는 이경혜 의원/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전국 17개 시·도에서 가족 보호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인천, 울산, 경북, 세종, 경기의 다섯 곳 뿐이다.

반면 가족 보호 시설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충남, 경남에 각 3곳씩 있으며, 특히 충남의 경우 인구 수가 220만명으로 경기도 인구의 6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5분 발언을 통해 이 의원은 "경기도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보호 시설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2022년 여성가족부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운영실적에 의하면, 가정 폭력 상담 건수는 지난 2017년 31만 7936건에서 2021년 42만 8911건으로 35%가량 늘었지만, '가정 폭력 쉼터' 입소 인원은 같은 기간 2055명에서 1010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가정 폭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시설 환경과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 지나치게 엄격한 수칙, 개별 피해자 특성을 고려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쉼터에 입소하지 않는 것이다.

한 예로 고양시 일반 보호 시설의 경우 거실, 작은 방 1개, 화장실 1개의 좁은 공간에 2~3 가족이 거주하고 있어, 생리적인 문제조차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이에 이 의원은 경기도 차원의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보호 시설이 많은 직업 훈련의 기회와 전문적 직업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며, 피해자 개개인의 직업 적성과 경력이 고려되고, 이용자의 선택권이 최대한 반영된 '맞춤형 직업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공적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탈 폭력의 과정이 피해자의 경제적 자립 역량 확립의 기회가 돼야 하나, 가해자의 추적을 우려해 기존 직장을 그만두거나 관련 업계를 떠나야 하는 피해자에게는, 보호 시설 입소 자체가 또 다른 '노동 단절'로 작용한다는 것.

따라서 기존의 직업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하고, 직업 훈련은 실제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체계화함으로써, 노동 단절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호 시설의 물리적 환경과 행정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입소자들이 시설에서 거주하며 보호, 회복, 자립을 준비하기에는 쉼터의 생활환경이 물리적으로 열악하고, 피해자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성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공동 생활에서의 엄격한 규칙, 사적 공간이 결여된 쉼터 환경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통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규칙으로 인해 입소자의 직업 활동이 제한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운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가정 폭력은 범죄다. '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도 가정 폭력 근절은 여전히 지난한 과제"라며 "경기도에 가족 보호 시설이 설치되지 않는다면, 자녀를 동반한 가정 폭력 피해자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 일상을 누리고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보호 시설의 설립과 환경 개선을 위한 경기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허순 경기도 여성정책과장은 "경기도 내에 가정 폭력 피해자 가족 보호 시설 유치를 위해 매년 공고를 하고 있지만, 민간 운영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향후 인센티브를 보다 보완, 시설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 과장은 "기존 일반 보호 시설 중 일부를 가족 보호 시설로 전환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 지원 및 운영 규정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퇴소자에게 경력 보유 여성을 위한 '새일센터' 및 '여성인력개발센터' 프로그램을 적극 연계하는 등, 젠더 폭력 피해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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