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이 아기의 출생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알리도록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출생통보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최근 친모가 두 아이 출산 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살해·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가 부랴 부랴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부모에게만 있던 출생 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도 부과하도록 했다. 우선 심평원의 통보를 받은 지차제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신고가 되지 않을 경우 산모에게 7일 내 신고하도록 최고해야 한다. 이후에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직권 허가를 받아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6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예비군 훈련 학생 학습권 보호 당정협의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출생통보제는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출생신고에 필요한 출생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심평원이 시·읍·면 장에게 통보하도록 했다"라며 "출생 통보 의무 주체는 심평원"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통보를 받은 시·읍·면 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 되지 않으면 부모에게 7일 이내 출생신고를 하도록 독촉하도록 하고, 이후 등록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시·읍·면 장이 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생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보호출생제는 위기 산모가 익명으로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 한 뒤 아이를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보건복지위에 보호출산제 도입을 조속히 해달라고 건의한다"라며 "여성단체 등의 반대나 문제점이 제기되면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위 위원들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당정)는 이날 오전 '아동보호체계 개선대책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병행 도입해야 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당정은 이를 위해 국회 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의원, 복지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당정 아동보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위해 전수조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선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완료하도록 하겠다"라며 "아울러 이(수원 영아 유기 사건)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당 전문가 및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해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생통보제 개정안은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으로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2022년까지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은 2236명에 달한다.
한편, 현재 법사위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10여 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 상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