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아일랜드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올라선 데는 법인세율 인하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재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의 절반 수준이다.
자유기업원은 30일 윤주진 정책전문위원의 ‘법인세 1% 인하’ 보고서를 발표해 이 같이 밝혔다. 아일랜드는 19세기 대기근으로 인구의 20%를 잃은 유럽 최빈국에서 지난해 1인당 명목 GDP(국민 총생산) 2위의 부유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했던 아일랜드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올라선 데는 법인세율 인하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표는 아일랜드 법인세율 인하 추이 /표=자유기업원 제공
윤 정책전문위원은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바로 법인세의 획기적인 인하”라며 아일랜드의 현재 법인세율이 12.5%인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1980년대 들어 40% 이하로 떨어진 법인세율은 2003년 12.5%로 감소했고, 20년 동안 해당 세율을 유지하며 지난해 기준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주요 국가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는 게 윤 정책전문위원의 분석이다.
윤 정책전문위원은 “아일랜드에 유럽 지사를 차린 미국의 기업은 애플, 구글, 인텔,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화이자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낮은 법인세율에 매력을 느낀 기업들이 유럽 본토와 영국을 제쳐 두고 아일랜드를 선택한 점은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OECD 소속 38개 국가 중 24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며,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법인세를 올린 국가는 한국과 멕시코, 터키,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한국 역시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해 법인세율을 각 과세 표준 구간별로 동일하게 1% 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최고세율은 종전 25%에서 24%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경제계의 중론이다.
윤 정책전문위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정치’에서 찾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아일랜드 정치권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며 ‘사회연대협약’이 체결됐고, 감세, 임금・물가 안정, 고용 확대가 동시에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 사례가 말해주듯,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정치권”이라며 “정쟁과 대립 속에서도 법인세 인하라는 글로벌 스탠다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