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여 만에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이 전 대표는 귀국 직후 정치적 의미가 내포된 행보를 이어가며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유독 지연되고 있어 이 전 대표의 복귀가 단합보다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8일 귀국 후 첫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이 전 대표의 일정에는 최측근으로 알려진 설훈, 윤영찬 의원이 동행했다.
이 전 대표는 첫 일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내 정치의 원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SNS를 통해 “나라가 어지럽고 국민이 괴로운 시기, 원점에서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라고 적어 귀국 당시 밝혔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라는 발언과 함께 ‘원점에서 다시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1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 참석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더불어 이 전 대표는 전날 2박 3일간 호남행에 오르며 정치 행보를 본격화했다. 전남 영광과 광주를 찾아 선친의 묘소와 5·18묘역을 참배하는 일정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호남행에 대해 ‘개인적 일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세력 결집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자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내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에 나설 계획이라 정치 복귀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최근까지 계파 갈등을 겪던 민주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의 구심점으로 여겨지는 이 전 대표가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유독 이 대표와 회동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탓이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가 귀국할 당시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시기”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일정에서 이 대표와 회동은 우선순위에 매번 밀려나고 있다.
한 친낙계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명계 결집 시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이 전 대표가 당에서 해야 할 역할과 일이 있을 것 아니겠나”라며 이 전 대표가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며 정치 복귀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 거리를 두며 정치 행보를 시작하자 친명계에서는 회동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영향이다.
이에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당의 통합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조속히 회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선 두 분 사이에 신뢰가 복원이 돼야한다”며 조속한 회동에 선을 그었다.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 후 이 전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았던 것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주역(이재명 대표)의 책임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고, 조력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만연하기 시작했다”며 “또 요즘에는 (이 전 대표의) 신천지 연루설들도 급격히 퍼지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는 정말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대선 패배에 대한 자아성찰이 우선돼야 단합이 이뤄질 수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비명계가 요구하고 이 대표가 외면해왔던 이재명 체제 1년 평가와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의지가 확인돼야 낙명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