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한밤의 질주, 수상한 교통사고
지난 3월 8일 새벽 4시 52분경, 강원도 동해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텅 빈 사거리에서 차량 한 대가 약 90km/h 속도로 돌진하더니 시멘트 옹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량 앞부분이 반파될 만큼 충격이 컸지만, 부상은 심하지 않았던 운전자 박성수(가명) 씨. 육군 부사관이었던 그는 출동한 119 구조대원에게 졸음운전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동승자가 있는지 살피던 구조대원이 조수석에서 한 여성을 발견했는데, 박 씨의 아내인 김민혜(가명) 씨가 뒤돌아 조수석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사망해 있었다.
"'아내 좀 살려주세요! 살아있나요?' 이런 말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보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졸음운전 했다고만…" - 당시 출동한 119 구조대원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로 보기에 석연치 않았던 상황. 검시 결과 민혜 씨는 교통사고로 발목뼈가 탈구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차량에서 발견된 출혈량은 적었던 점도 의심을 더했다. 사고 당일 차량의 행적에 의문을 품은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사고 2시간여 전인 새벽 2시반경 박 씨가 아내를 캐리어에 실어 조수석에 태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박 씨는 아내를 태운 차량으로 사고 현장 주변을 배회하더니 갑자기 급가속해 옹벽을 들이받은 것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아니라 부사관 박 씨가 아내를 이미 살해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
박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뒤집었다. 사고 전날 밤 아내와 통장 잔고 문제로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이내 해결했지만, 새벽 시간 안방에 들어갔을 때 화장실에서 숨진 아내를 뒤늦게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아내가 화장실 샤워부스 상단에 스카프 같은 얇은 끈을 묶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신실한 교인이었던 아내의 명예를 지키는 한편,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아내의 시신을 차에 옮겼다고 한다. 다시 집에 들어가 화장실을 정리하고는 무작정 운전을 시작했는데, 아내를 잃었다는 슬픔과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를 고민 속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저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자마자 119에 바로 신고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는 박 씨. 과연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 목이 눌려 사망했지만, 누른 흔적도 끈 자국도 없다?
"경부압박을 했다는 근거가 목에 없어요. 손끝이든 손톱자국이. 끈으로 압박했다는 삭흔(索痕)도 없어요. 현장에서 봤을 때는, 아내가 목을 스스로 맸다면 그것은 좀 자연스럽다." - 전북대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
부검 결과 민혜 씨는 경부압박 질식으로 사망했는데, 누군가 손끝이나 손톱으로 목을 누른 분명한 자국은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끈으로 목을 조른 흔적인 삭흔(索痕)이나 민혜 씨가 저항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 박 씨가 설명한 대로 얇은 스카프 같은 끈에 비스듬한 자세로 신체 일부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면, 타살이 아닌 자살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보태졌다.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손상이 사망 당시 입은 손상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부부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었고,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1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현장 CCTV와 민혜 씨의 마지막 발견 위치를 토대로 사고재현 시뮬레이션 '피시 크래시'를 통해 사고 전후 차량의 행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또 현장을 그대로 복원한 세트에서 남편 박 씨의 주장대로 목맴이 가능한지 검증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목을 조를 방법은 무엇인지 추적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