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골때녀'는 요즘… '골때녀'의 문제는… '골때녀'의 요즘 문제는 바로, '골때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골때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건 바로, 역시나, 당신이 예상하는 바와 같다. '골때녀'의 문제점은 리플레이다.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골때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여지껏 개선된 바가 없다. '골때녀'의 과한 리플레이 연출은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고,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위 글을 읽은 기분이 어떤가. 의미 없는 문장을 늘려가며 호흡을 늦추고 보는 이를 복장 터지게 한다. SBS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시청자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5일 방송된 '골때녀'의 FC개벤져스 vs FC스트리밍파이터의 경기에서 2회 이상 리플레이된 장면을 나열하면 △ 4회(일주어터 선방) △ 2회 (오나미 몸싸움) △ 2회(김민경 공 흘리기) △ 3회(김혜선 쓰루패스) △ 4회(김승혜 킥인) △ 5회(심으뜸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킥인-깡미 선제골) △ 6회(오나미 슈팅 시도) △ 4회(앙예원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슈팅 시도) △ 3회(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3회(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2회(김승혜 슈팅 시도) △ 3회(오나미 슈팅 시도) △ 3회(김혜선 중거리 슈팅) △ 8회(이은형 동점골) △ 5회(이은형-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4회(깡미 득점) 후반 8분 △ 2회(김혜선 킥오프) △ 2회(이은형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슈팅 시도, 앙예원 세컨드볼) 등 총 77회다.
물론 위 집계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 움직임의 이해를 돕는 리플레이 장면도 일부 포함돼 있다. 상황 식별이 힘들 정도로 급박한 순간이나 선수들이 뒤엉켜있는 장면에 그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출발 드림팀'처럼 옛 예능에서 볼 법한 슬로우모션 및 반복성 편집이 경기 고유의 박진감과 흥미로운 리듬을 끊고 있다. 제작진 나름대로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충분히 스릴 넘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스포츠는 억지로 장면장면을 붙이거나 떼어냄으로써 매끄러워지는 도예품이 아니다.
전후반 각 10분, 총 20분의 짧은 경기를 하나의 에피소드에 배치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이해되지만, 시청자 결집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흩뜨리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짧은 시간 즐길 수 있는 쇼츠와 릴스가 전 세계적 유행을 타고, 즉각적으로 이해되고 소비되는 콘텐츠가 강세인 미디어 환경 속 '골때녀'의 늘이기식 연출 방식은 소비자의 니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골때녀'는 분명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스포츠의 성격이 강하다. 수많은 축구 팬들이, 또 여성 축구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이 안방 1열을 사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경기의 생동감 그 자체. 몇 주, 몇 달간 훈련한 스타들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호흡하는 모습. 억지로 템포를 늦추거나 활약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와 관중석 연예인들의 과한 리액션을 몇 번씩 보여준다고 해서 감흥이 극대화되지 않는다. 감동은 시청자 스스로도 이미 잘 느끼고 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