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한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확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배터리의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질주하고 있다.
6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총 237.6GW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성장했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이 기간 동안 업체 별로는 중국 CATL이 세계 시장의 36.3%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2위 역시 중국 업체 BYD(16.1%)였다. 6위인 CALB(4.3%)까지 합치면 중국 배터리는 글로벌 점유율 56.7%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역시 같은 기간 배터리 총사용량이 33.0GWh로 1년 전(21.2GWh)보다 56%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에 점유율은 줄었다.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총 23.3%인데, 전년 동기 25.8%와 비교해 2.5%포인트 줄었다.
각 사 점유율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13.6%에서 13.9%로 늘었지만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7.3%에서 5.2%로, 4.9%에서 4.2%로 줄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업체 중 CATL 외에도 BYD의 성장세가 확연하다는 점이다. BYD는 점유율을 전년 동기 11.8%에서 올해 16.1%로 늘리며 3위로 내려앉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를 조금씩 벌리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점유율 싸움에서 유리하다. 최근에는 아시아·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중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현황’ 보고서를 보면 1~5월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 대수는 45만7000대로 1년 전에 비해 163% 증가했다. 서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 시장으로 진출이 막히면서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향후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진출 본격화로 인해 유럽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 모델 ‘한’./사진=비야디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도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고품질 전략 쓰는 한편 중국 중심의 LFP배터리 등 저가형 배터리 기술도 확보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LFP배터리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유럽에 도입되고 있지만 한국이 주력인 NCM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어 한계도 명확하다. NCM배터리의 성능 향상이 중요한 이유다.
다만 중국 LFP배터리의 셀 에너지 밀도가 올해 기준 ㎏당 230Wh까지 향상(2021년 140~160Wh 수준)되면서 품질 향상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국내 업체들도 LFP배터리 양산 체계를 신속히 갖출 필요가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중국이 LFP배터리와 같은 저가형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에서는 SK온만 LFP 배터리 관련 기술개발을 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배터리 3사는 공장 증설 등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와 수주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투자에 집중하면서 현지에 생산라인을 집중적으로 짓고 있는 만큼 향후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배터리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등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정책 선진 권역인 유럽 시장이 배터리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