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 즉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줘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고 국가의 풍요와 후생이 보장된다.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하여 미래를 대비하고 성장동력이 되는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지난 4일 열린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발언이다.
이처럼 시행령 개정을 국정운영 원동력으로 삼은 윤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만 1년 2개월 지났지만 아직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건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 거대야당의 강력한 비토에 가로막혀 법률 개정 등 원활한 입법이 곤란한 상황이다.
입법을 해야 원래 의도했던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지만 이것이 야당의 반대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피치 못하게,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7월 6일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점검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각 부처 청년보좌역 및 정부위원회 참여 청년위원 등 청년 수백명의 박수를 받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정책 추진에 있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여러 방면에 걸쳐서다.
우선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떼어 분리징수하는 것, 비영리 민간단체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보조금 사업 기준을 더 강화시킨 것, 집회 시위 소음 규제를 강화하고 도로 점거 금지를 확대하는 것,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과표 기준을 완화시키는 것 등이 꼽힌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각각 TV방송 정상화, 회계 투명성 강화, 시민 불편함 감소, 감세를 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상위법 저촉 가능성을 비롯해 국회 패싱 논란의 불씨가 될 소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스스로 정부 각 부처에게 시행령 개정을 적극 주문했다는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시장이 효과적이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늘 신경 쓰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정의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들도 올바른 국가관과 헌법관을 바탕으로 기득권의 저항과 싸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당부하고 나섰다.
감세와 자유 확대, 공정하고 정상화된 시스템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향후 정부부처들을 어떻게 독려하고 국정 운영을 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