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체인저'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감추고 덮는 시대는 저물고 쓰레기를 매개로 새로운 도약이 예고되고 있다. 그 중심에 오는 2025년 운영이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다. 수도권 2600만 명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행정적으로 종료된다고 쓰레기가 소멸될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유발해 온 쓰레기 매립지 해결은 국가 경쟁력과 닿아 있다. 그래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국가적인 현안이자 미래다.
님비와 핌비를 오가는 사이 문제해결의 주체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실적 대안부재를 이유로 주민 인천지역 주민반발을 잠재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더 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 국민 모두가 동의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2600만 명이 살아가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여론의 딜레마 속에 '게임체인저'가 절실한 시점이다.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처리 혹은 재테크를 위한 신기술의 출현이 눈앞에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연재를 통해 변화한 쓰레기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개선 방향 및 시민·기업·지자체·정부가 각각 해야 할 액션플랜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외를 넘어 쓰레기 처리 및 에너지화에 선도적인 지구촌 사례를 통해 혜안을 얻고자 했다. 기획시리즈는 '8+α'로 구성됐다. [편집자주]
[쓰레기, 미래를 묻다⑨]쓰레기 문제, 입법과 진보한 신기술로 풀자
[미디어펜 특별취재팀] 지난 11일 오후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수원 도담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마주 앉았다. 함께 손을 맞잡은 이들은 수도권 공동현안 10개 과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합의했다. 서울·경기·인천 거주 인구를 합하면 전국 절반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이 가져올 파급력은 국가적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이들의 합의가 어떤 실체가 있을 것으로 믿는 이들은 이해 관계자 중 많지 않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업무협약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처리'가 공동현안 10개 중 첫 과제였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의 합의사항을 기본원칙으로 협력하게 된다'는게 이번 업무협약의 골자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 앞서 지난해 7월 김포 마리나선착장을 시작으로 9월 인천 월미도, 올해 2월 서울 노들섬을 돌며 총 3차례 회합을 가졌다.
문제는 협약의 구속력과 실행력이다. 말그대로 협약으로, 수도권 폐기물 처리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구속성-강제력이 없다는 기존 한계점은 요지부동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수도권 2600만 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매립해온 수도권 매립지의 운명이 협의와 합의를 반복하며 맴돌고 있는 사이 수명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정부-국회-각 지자체 별로 국민-유권자-주민을 위해 60년간 이어져온 '매립' 숙제를 풀어야 한다. 8번의 기획기사를 마무리하면서 해결점은 정치이고 입법이라는 결론에 도달케 된다.
올해 2월 정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모여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를 재가동시키고 대체 매립지 조성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대안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중심으로 기존 매립지의 효율적 종료를 위해 반입량을 강도 높게 줄여왔지만, 역부족임을 깨닫게 할 뿐이다.
2023년 7월 11일 수원시 도담소에서 열린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경기-서울-인천 업무협약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시청 제공
5개월간의 취재와 두 달간의 탐사 보도, 그리고 4가지 제언
본보가 연초부터 특별기획팀을 구성해 전문가와 관계자, 성공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물론 정치권은 사안의 파괴력을 감안해 입을 다물었지만)를 바탕으로 4가지 액션플랜릏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어서 정부 정책의 한계가 분명하다. 이는 시민의식을 진화시켜야 함을 분명히 노정시킨다. 매립지의 효율적 종료를 위해 결국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 기본이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이 수혜자이자 시혜자가 돼야 한다.
또 기술의 진보는 향후 생활폐기물 배출량 통계가 어느 시군구에서 어떤 품목으로 나오는지 정확한 수치로 확인돼 정책에 실시간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름을 조금ㅆ기 달리하는 생활폐기물 정보관리시스템은 모든 지자체가 실행 혹은 계획 중이다.
두 번째, 민-관 각 영역에서 '기술 융합' 및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공공 이익에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다고 보고 반대하는 행동) 등 쓰레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폐기물 처리를 통해 에너지를 창출하는 혁신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제주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분리수거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친환경 분리수거 시스템을 만든 업체부터 AI와 로봇(RT) 기술로 쓰레기를 물질 별로 분리하는 기술까지 쓰레기 상업화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자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소각장 신설에 대해 지난 2019년 새로 지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통해 해결했다. 2019년 1일 처리량 500톤 규모의 광역소각장을 지었고, 오는 2029년 380톤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로 준공한다. 이 소각장은 소각부터 매립까지 전 과정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돼 주민 불신과 반감이 현저히 낮다. 소각장 공사비 20%를 주민편의 시설 조성에 사용했고, 운영 발생 수익 10%를 마을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운용해 마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계 구축도 이뤄냈다.
수도권매립지 바로 옆에 마련된 슬러지 자원화 3단계 시설 전경.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세번째, 정치 영역의 합의가 무용지물임이 확인된 만큼 모든 이해 당자자가 따를 강제력을 지닌 법안 개정이 문제해결의 전제조건임이 확인됐다. 이해당사자인 정치인들끼리 담합이나 외면, 또는 갈등을 빚으면서 수도권 2600만 주민에게 이롭지 않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실제로 수도권 매립지 문제의 전제 조건은 지난 2015년 6월 28일 정부(환경부)·서울·인천·경기도가 맺은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협의체 최종합의서'인데, 이 합의서에는 의무조항이 없어 4자 중 누구에게나 구속력이 없다.
이에 따라 현 상황은 시급한게 맞지만 제대로 진행되는게 없다. 매립 최소화를 위해선 소각장 증설이 필수인데, 대부분의 수도권 지자체들이 주민들 눈치보느라 소극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집행법이 함께 규정해야, 실효성 있으며 체계적이고 일관된 법 집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취재 결과 ▲폐기물관리법 상의 폐기물 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자원순환기본법을 법적 의무와 결부시켜 구체적이며 집행 가능한 내용으로 법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점, ▲세부적으로는 자원순환기본법·폐기물관리법에서 폐기물·재활용가능자원·순환자원 등 관련 용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점, ▲폐기물 재활용은 자원재활용법으로 이관하고 재활용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 처리 관련 규정은 폐기물관리법으로 이관하여 정리해야 한다는 점, ▲자원순환기본법·폐기물관리법에서 생활폐기물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배출체계 개선 등 총괄적인 감량 제로화 액션플랜을 담아야 한다는 점 등 총 4가지의 법 개정 사안이 꼽힌다.
이 제안들 모두 '의무화'를 전제로 한 대안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구속력 있는 입법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수도권매립지 바로 옆에 마련된 침출수 처리장 전경.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쓰레기 처리 문제는 대통령실도 입조심
마지막 네번째는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문제는 '고도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에 놓여 있고, 이를 풀려면 입법기관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구조 및 의원들의 눈치만 보는 행태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 또한 소각장 및 소각재 매립장이다. 이를 감안해야 할 뿐더러, 수도권 쓰레기의 경우 '정책의 문제'인데 이것이 '정치의 문제'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앞서 언급한 세번째 취재 결과는 '구속력 있는 입법이 절실하다'는 것인데, 이를 실제로 이루려면 입법을 맡은 국회의원들의 유인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게 본보의 결론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본보의 취재에 "수도권 쓰레기는 본질적으로 지역의 지엽적 문제"라며 "대통령실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대처할 시간이 상당부분 남아 있다"며 "일단 4자 협의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주무부처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수도권매립지에 들어가려는 폐기물 운송트럭에 대한 통합계량대 전경.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입법과 신기술, 게임체인저로 기대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해 환경 전문성 부족을 비롯해 국회 환노위에서 환경과 노동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환경의 경우,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고 순수히 관련 주민과 이해당사자가 뚜렷한 분야다.
이를 감안해 현실에 맞게 국회 환노위 구조를 바꾸고 시급한 환경 입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하자는 복안이다.
지난 60년간 이어져 온 쓰레기 처리의 패러다임은 '매립 폐기'에서 '소각 후 재생'으로, 이제는 돈 버는 기술이라는 '쓰테크(쓰레기+테크)'의 등장까지 가히 혁명적 변신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는다.
입법, 실행 가능한 구속력을 지닌 대안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부와 이해 관계자들이 아웃복싱으로 맴돌고 있을 때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된 기술혁신이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