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조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인력난 해결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당정은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진료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조를 향해선 불법 쟁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이 아닌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의료 인력 부족 등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 파업에 참여한 의료 기관은 보건의료 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의료 기관 4만5000명 안팎이다.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 필수 의료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국립암센터가 13~14일 이틀 간 모든 암환자들에 대한 수술을 중단했고 파업에 참여한 일부 병원들은 간호 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13./사진=연합뉴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당정)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저희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긴급환자는 긴급후송을 해서 건강과 생명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파업이 예정된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해 입원환자 전원 등이 불가피한 경우 인근 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개별 병원도 근무조 재편성, 대체 인력 투입 등을 통해 환자 불편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도 필요한 인력 지원과 인근 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업에 돌입한 노조를 향해서는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의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라며 "국민 건강에 큰 지장을 줄 경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의 파업 계획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빠른 현업복귀를 기대한다"라고 촉구했다.
19년 만에 총 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의료 인력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보건 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 7개 요구사안을 제시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노조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5월부터 사용자(병원 측)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정부 핑계를 대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정부는 각종 제도개선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핵심 쟁점 타결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라고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의료관련 현안점검회의에 이어 열린 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2023.7.13./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대거 이탈하게 된다면 이는 환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에 심히 염려된다"라며 "파업이라는 물리적 수단보다는 정부와의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잡아 버리는 투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민노총 노조의 총파업 결정으로 입원 환자들은 강제로 퇴원할 수밖에 없게 됐고 암수술이 취소 지연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 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도대체 이들에게 의료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거냐"라며 "조속히 돌아와 합리적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노조가 현장에 필요한 필수 인력은 남겨 뒀다"라며 "생명 한분 한분이 다 소중하지만 의사나 간호사들도 억울한 부분 있을 거다. 의료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비판만 하지 말고 우리 당을 포함해서 여야가 함께 그들의 얘기를 소리를 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