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한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시되면서 한미 금리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일 우려가 제기되나 금리차 역전에 따른 직접적인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리차 역전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자본시장포커스-한‧미간 역전현상 및 영향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라나라의 국내 물가나 성장률 전망 등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의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연준은 올해 말까지 한두 차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내외금리차의 역전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미간 정책금리의 역전은 장단기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면서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입 등 국제자본이동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미국 금리의 상승은 미달러화 채권의 상승과 미달러화 강제를 통한 환차익 기대감에 따른 국제자본이 미국 내 또는 미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금리차 역전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은 자본유출로 주가 등 자산가격 하락과 환율상승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주식 및 채권 등 증권투자금의 유출입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와 거주자의 해외투자의 금리차 역전 기간동안 자본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반영해 금리역전 시기와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비거주자의 국내증권투자 유출입은 주식과 채권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금리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의 경우 외국인의 주식투자금은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으나 이는 금리차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금융 불안정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에 더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중에도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해 외국인투자자의 전체 국내증권투자금은 순유입을 보였다.
최근의 경우에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가 완만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금리차 역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금리차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통상적인 우려가 실제에 있어서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나라 자본 유출입은 금리차 보다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선호 변화나 글로벌 유동성, 국별 경제 펀더멘털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경제주체들은 내외금리차 역전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를 갖기보단 외자조달비용의 상승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이어 "외자조달을 위한 해외채권 발행시 국제금리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특히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시 환헤지를 위해 외환스왑 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는 경우 과거와 달리 외자조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 환헤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