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충남 공주시·논산시·충북 청주시·전북 익산시 등 13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나섰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수해 복구 작업은 이제부터다.
기록적인 폭우였다고는 하지만 정부 차원의 안전 관리가 아쉽기만한 대목이다.
관건은 앞으로다. 수해로 인한 피해 형태를 보면, 정부 과제가 어디에 있을지 총 3가지로 추려진다.
먼저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관리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마련됐다.
문제는 이번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받은 경북 지역 대부분이 앞서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에 산사태가 일어난 도내 10개 마을 중 1곳만 '취약 지역'으로 지정됐다.
기존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관리 제도는 수해로 인한 산사태 가능성을 미리 확인해 대비한다는 취지로, 산림청 기초조사→관할 지방자치단체 현장 실태조사→전문가 검증을 거쳐 해당 지역 위험도를 1~4등급으로 구별한다. 위험도가 1~2등급이면, 지자체장이 '취약 지역'으로 지정·고시해 집중 관리한다.
특히 올해 2월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 등급을 산출했을 때 적용한 해당 지역 내 도로 확장 등 개발사업이라는 요소는 지난 2019년이 기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간 개발사업은 등급 기준 산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참고로 국립산림과학원이 이 등급 기준을 관리한다.
향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산사태 취약 지역' 지정·관리 제도의 실시간 업데이트와 주민 참여형 공보시스템이 필요한 대목이다.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 화정리 수박 재배 농가를 찾아 출하를 앞두고 수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7.18 /사진=대통령실 제공
두번째 과제는 바로 '홍수위험지도'다.
환경부가 지난 2021년 3월부터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체 지도정보시스템을 통해 각 지자체가 홍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홍수위험지도'를 공개해 왔지만, 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제때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은 하천명을 조회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홍수 발생 지역의 침수 위험 범위와 깊이를 파악하도록 한다.
여기서 최악의 상황은 하천 제방의 설계 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해 제방 붕괴 등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해당 하천 주변 지역의 침수 범위와 깊이를 나타내게 한 지도다.
이미 국가하천-지방하천 지도가 완성된 상태이고, 올해 들어선 도시침수 지도를 제작 중이다.
이 홍수위험지도에 대한 지자체 활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환경부가 홍수 대피 경로 지정 등 계획을 세우라고 안내했을 뿐이다. 앞으로 이 홍수위험지도를 실제 수해 대응에 쓸 수 있도록 '의무화'가 필요하다.
마지막 세번째 과제는 지자체의 재난안전 대응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건이 재난안전 대응체계의 '부재',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범람 위험에도 침수에 취약한 지하차도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역 재난안전본부장인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모두 사고 발생 직전까지 지하차도 침수 위험 보고를 받지 못했다. 재난문자도 늦게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하차도 침수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인 미호강 범람에 따른 제방 붕괴에 대해서도 임시제방 공사를 해온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하천 전반을 관리하는 금강유역환경청, 금강홍수통제소 등 3자간 책임 공방이 한참이다.
공사 허가권은 금강유역환경청에 있고, 공사 관리감독 책임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있다. 홍수 경보 발령은 금강홍수통제소에 있다.
이 3자간 일종의 책임 떠넘기기로, '네 탓 공방'만 가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제도는 갖추어져 있다. 관리 운용에 있어서 각 수해 상황에 맞는 정확한 교통정리와 의무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집중호우 수해와 관련해 어떤 지휘를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