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테슬라가 모델Y를 기존 모델 대비 수천만 원 저렴한 값에 출시하면서 고가라는 인식이 팽배한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가격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이달 후륜구동(RWD) 기반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후륜구동 모델 Y의 국내 가격은 5699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전액(68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출고가 5700만 원을 맞춰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차량 판매가가 5700만 원 미만이면 100%, 57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이면 50%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모델 Y는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되면 4000만 원 후반 또는 5000만 원 초반에 구매 가능하다. 보조금을 다 받지 못해도 기존 모델 대비 2000만~3000만 원가량 저렴해 가격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출고가를 확 낮춘 모델 Y에 대한 소비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 테슬라가 최근 주춤해진 판매량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구매 희망자의 '리퍼럴 코드' 요청 글이 쏟아져 나온다. 또 계약 인증 글들을 토대로 계약 건수가 1만 대를 돌파했다는 추산도 있다.
이번에 모델 Y를 계약했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보조금이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상당 부분 보조금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계약을 진행했다"며 "모델Y 정도 사이즈에 그 정도 가격으로 같이 고려할 만한 모델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륜구동 모델 Y의 출고가가 저렴한 이유는 저렴한 인산철(LFP)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기존 사륜구동 모델 Y는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후륜구동 모델 Y에는 중국 CATL이 제조한 LFP 배터리가 장착됐다. 대신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350km로 짧아졌다.
A씨는 "배터리가 LFP 타입이라 NCM 타입보다 폭발성이나 화재 위험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것 같다"면서 "최대 주행거리가 350km라고는 하지만 실제 운행 거리는 기존의 NCM 적용 차량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출시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격 하향 효과를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보급형 전기차'의 신호탄은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아는 다음 달 레이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소형 전기차 EV3 생산도 계획 중이다. KG모빌리티는 올해 말 중국 BYD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토레스 EVX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서 생기는 적자는 결국 내연기관에서 채우게 되는데 그러면 결국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반값 전기차의 화두가 던져졌기 때문에 업계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겠지만 당장 전기차의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가격을 낮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낮추면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며 "더 짧아진 주행거리 등 성능 저하를 감안하고라도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수요의 경계선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