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수해 복구에 한 목소리를 내는가 싶었던 여야가 '4대강 감사 결과'를 두고 다시 맞붙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4대강 조사·평가단' 구성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이 "괴기스러운 집단의 국정농단"이라고 맹비난하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수해 책임 물타기"라고 받아치면서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 보 건설이 이뤄진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홍수 피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된 국책 사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월,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한 5개 보 가운데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그리고 영산강의 죽산보 3개가 해체 결정이 났다. 해당 결정은 지난 2018년 11월 환경부 주도로 출범한 '4대강 조사·평가 위원회'에서 내렸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0일 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를 결정한 4대강 조사·평가단' 구성에 4대강 사업 반대 인사들이 개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김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또, 보 해체 결정의 핵심인 경제성 분석도 불합리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하며 애야 공세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에 의한 보 해체 결정은 괴기스러운 집단의 국정농단"이라며 "국정농단을 벌인 관계자들을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졸속 결정으로 상시 개방된 보가 이번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충청권 취수를 담당했던 보였다는 사실, 4대강 사업이 이뤄진 본류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시민단체 반대로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지류·지천에 수해 피해가 집중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책임을 돌렸다.
김민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4대강 보 해체 결정은 또 하나의 국정농단, 이젠 근본적인 물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덮어 놓고 4대강 해체만 부르 짖던 환경 단체를 끼고 사실상 이 단체의 손짓에 맞춰 꼭두각시 춤을 춘 것이나 다름 없었다"라고 직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해 피해의 책임 돌리려는 전형적 물타기"라며 맞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수해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능함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이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기보다 책임 회피,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가지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최근 수해 피해의 책임을 놓고 이를 모면하려는 술수라고 맞받아쳤다. 사진은 민주당의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게이트 국정조사 촉구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미디어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연이어 지적했다. 심지어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감사 결과 자료에도 보면 보 개방으로 녹조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적혀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판단을 수사 의뢰하려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관련 인사들도 모조리 수사 의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해 피해의 책임을 돌릴 대상을 찾다 못해 10년 전 일까지 재소환하고 있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후속 사업이 중단된 것이 수해의 원인이라고 한다"라며 "대통령은 수해 피해의 책임을 돌릴 사람을 찾고 싶다면 거울부터 보시기 바란다"라고 비꼬았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20일 4대강 16개 보를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라며 "‘금강ㆍ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재심의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 4대강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는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라고 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