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상반기 금융권 임직원들의 횡령액수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밝혀진 BNK경남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태가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당국은 내부통제 혁신안을 점검하는 한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실시하고 나섰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무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액수는 약 593억원(11개사, 33건 추정)에 달한다. 전날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남은행 직원의 562억원 대규모 횡령사태를 반영한 값으로, 경남은행 사태를 제외하면 횡령액수는 약 31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 임직원들의 횡령액수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밝혀진 BNK경남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태가 금융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당국은 내부통제 혁신안을 점검하는 한편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금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실시하고 나섰다./사진=경남은행 제공
이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이 반영된 지난해 101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금감원과 경남은행에 따르면 562억원의 횡령범죄를 저지른 경남은행 직원은 PF관련 자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횡령했다. 밝혀진 사건은 총 2건으로 A건은 지난 2016년 부실화된 PF대출의 상환자금을 해당 직원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뺴돌린 건으로, 약 78억원에 달한다. 그 중 29억원이 대출원금 및 이자상환 용도로 처리됐다.
또 다른 건은 PF대출 실행금액 및 상환자금 중 일부를 횡령 또는 유용한 것으로, 총 484억원에 달한다.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 해당 직원은 인출 관련 서류를 위·변조해 PF대출자금 326억원을 횡령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유용했다.
올해 1~7월 금융권 횡령액을 살펴보면 은행에서 578억원(7개사·10건), 상호금융에서 11억원(2개사·21건), 저축은행에서 3억원(1개사·1건), 자산운용사에서 2억원(1개사·1건)이 각각 적발됐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의 경우 경남은행 562억원에 이어 신한은행 7억원(1건), 기업은행 3억원(2건), 국민은행 2억원(1건), 농협은행 2억원(1건) 순으로 나타났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양 의원실이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총 횡령액은 약 2204억원에 달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억대의 횡령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2021년에 34억원으로 한층 잠잠해졌지만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여파로 역대 최대 규모인 101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우리은행 사태 등 잦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권과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며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권 등과 TF를 운영하는 한편, △사고 취약부문에 대한 통제기능 강화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 역량 제고 △건전한 내부통제 문화 정착 △사고예방 감독기능 확충 등의 개선과제를 마련해 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으로 취약부문 통제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사고위험 직원에 대한 순환근무, 명령휴가제, 직무분리 등 인사관리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 저축은행과 여전업계에는 PF대출금 자금인출요청서 위변조 방지, 은행에는 채권단 공동자금 관리 강화 등으로 취약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를 즉시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남은행 사태는 투자금융 직원이 유사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했고, 그동안의 업무 노하우로 내부통제의 허점을 간파했음을 알 수 있다. 금감원의 지침이 잘 작동하지 않은 만큼, 향후 당국이 금융권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경남은행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전 은행에 PF자금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 점검이 끝나면 추가로 은행권 전반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도 별도로 검사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