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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의 한국산 둔갑?…美 IRA 우회 노린 합작 줄이어

2023-08-04 13:29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한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묘수를 짜내고 있다.

IRA가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협정국에서 채굴·제조한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제공하는 규정의 빈틈을 중국 업체들이 파고 드는 것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협력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도록 우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향후 IRA 세부규정을 강화해 중국의 우회 진입을 추가로 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중국 업체, 잇따라 한국에 배터리 소재 공장 투자

4일 배터리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양극재 생산업체 닝보롱바이뉴에너지는 최근 우리나라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약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닝보롱바이는 성명서를 내고 "한국 생산기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IRA의 핵심 광물에 대한 관련 요건을 충족하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수출할 때 관세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핵심으로, 양극재 원가의 약 60%를 차지한다.

수산화리튬 모습./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캡처



국내 업체와의 합작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는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연산 10만t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합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화유코발트는 이미 포스코그룹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업체다. 포스코홀딩스와 전남 광양에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법인을 설립했고, 포스코퓨처엠과는 경북 포항에 전구체 및 니켈 제련 공장 등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SK온과 에코프로가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새만금에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만 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외에도 배터리 소재인 니켈, 리튬 등을 중국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가공하는 방식의 합작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IRA로 미국 시장 진출이 원천 차단된 상황이어서 우수한 배터리 소재 처리 능력을 보유한 한국 배터리 업계와의 협력 내지 한국 내 공장 건설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양극재, 전구체,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제조하면 한·미 FTA에 의거해 사실상 한국산으로 미국·유럽 시장에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도 당장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IRA로 값싸고 신속하게 중국산 광물을 조달하는 길이 막혔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면 IRA 규정을 준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40% 이상이 미국이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사용해야 미국 당국의 보조금 절반을 받을 수 있다. 

광물이 중국산이더라도 요건만 맞추면 한국에서 제조한 소재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나머지 보조금 절반을 받아 보조금 요건을 100% 맞추려면 최종적으로 북미 권역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소재품은 IRA 규정 상 북미·유럽 시장 수출 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중국 업체들이 합작을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대응 관심 촉각…IRA 세부지침 조여 추가 대응하나

미국 정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현재 IRA 세부지침을 논의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 배터리 업계의 우회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합작사 지분 비율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4대 원재료의 하나인 양극재./사진=LG화학 제공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 측에서 1대 1로 투자해 만든 회사는 한국 생산품으로 보지 않는 식이다. 현재 진행되는 중국 업체의 합작 공장이 한국과 중국 업체의 지분 비율을 확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합작사 자본금 비율을 보는 것을 넘어 한국처럼 해외에 만든 공장을 새로 해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해외합작을 공장 소재지 자체로 문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상 미국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온 테슬라 역시 중국 CATL과 긴밀한 배터리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이미 대규모 전기차 생산 라인을 운영 중이고,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인 메가팩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산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 제임스 오 부사장은 "미국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중 파트너십을 금지하면 미국은 절대 전기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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