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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현의 아틀라스] 무엇이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나

2023-08-10 11:15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산업부 조우현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한민국에 삼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명예를 실추시킬 뻔 했던 잼버리에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구원 투수로 나선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이번 사태를 보며 삼성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처지에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야기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능함에 한숨이 나고, 그러고도 일상생활을 영위했을 공무원들의 안일함에 힘이 빠진다.

정부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다고, 그래서 인류의 번영에 큰 역할을 한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이 작은 정부에 있는 것 아니겠냐고, 우리도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는 사치이지 싶다. 이 진리를 이해할 정부 관계자가 얼마나 있을까. 정부는 언제나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과 제재를 강화한 큰 정부를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궁금해진다. 언제, 어디까지 삼성과 같은 우리 기업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을 버텨줄 수 있을까. 삼성이 과연 영원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 돼줄 수 있을까?

물론 시절이 좋아지긴 했다. 전 정부 때와 같이 서슬 퍼런 반기업 집단에 둘러 쌓여 암울한 시기를 보내지는 않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전 정부의 유산들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을 좀먹고 있다.

기업의 존속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속세,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언제나 권리만 누리려고 떼쓰는 노동조합, 이 모든 것에 힘을 보태는 급진 시민단체 등 전부 다 전 정부로 상징되는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재용 회장은 이 모든 위기를 타개하고 삼성이 주는 상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미래 역시 삼성의 존폐 여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 회장의 귀한 시간을 낭비해 삼성의 시계를 늦춰놓은 전 정부에 대한 원망이 길이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진=미디어펜



아이러니하게도 그 암울했던 시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 생활로 오너 리스크가 있었던 때임에도 그랬다.

그래서 ‘이재용이 없어도 삼성은 잘 돌아간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당시의 호황은 이재용 회장이 있었던 수년 전 투자의 결과인데, 이를 유지하려면 꾸준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이를 총괄해야 할 총수의 부재는 크나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이로 인한 IT 기기에 대한 소비 심리 위축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결단해야 할 이 회장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법정에 불려 다니는 동안 대만의 TSMC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굳건한 지위를 획득했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분투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 모든 위기를 타개하고 삼성이 주는 상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미래 역시 삼성의 존폐 여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이 회장의 귀한 시간을 낭비해 삼성의 투자 시계를 늦춘 전 정부에 대한 원망이 남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정부가 헛발질 한 잼버리 사태의 수습까지 도맡아 하니,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모두가 일을 진행하는 능력은 물론 도덕성마저 기업 마인드를 따라가지 못해 이 사태가 일어난 것 아닌가.

그러니 정부는 가만히 있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 뿐이다. 세상은 정부의 거창한 정책이나 정치인의 말이 아닌 기업가의 혁신을 통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깨닫고 나면 저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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