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품은 한화, 임원 대상 '김성근 이기는 리더십' 특강 눈길
'역전승' 늘어난 이유…힘들고 아파도 앞장서 맞서며 '전력투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여기가 출발점이다. 그래야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바로 이 자리에서부터 출발한다.”
20일 서울 중구에 소재한 더플라자 호텔에서는 이색적인 강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한화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을 대상으로 특별한 강연을 펼친 것.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엄한 아버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혹자는 시련과 영광을 모두 줬다고. 누군가는 내가 왜 야구를 하고 있는지 알게 해줬다고. 어떤 이는 그를 만난 게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털어놓는다.
▲ 20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한화그룹 임원들에게 '김성근 감독의 야구와 조직리더십'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한화그룹 제공 |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프로야구 돌풍의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신’으로 불리는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야구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이날 마이크를 잡고 한화그룹 임원을 바라보며 100분여 동안 강단에 섰다. 과연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김성근 감독은 이날 강연에서 ‘야구와 조직리더십’이란 주제로 사람향기가 나는 리더십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김성근 감독은 “직원에게 1%의 희박한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는 게 바로 리더의 역할”이라며 “부모의 마음으로 직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리더의 자세”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의 사례로 올해 오키나와 훈련캠프를 들었다. “원래 연습경기 중에는 우리팀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고 상대팀의 전력을 탐색하는데, 그날 어떤 팀과 연습경기 중 패색이 짙었고, 선수들은 과거처럼 어깨가 축 쳐져 있어, 긴급하게 ‘이기자’는 작전지시를 내렸고, 드디어 8회에 역전했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캠프가 한화이글스의 현재 모습을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승부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선수들에게 심어준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올해 가진 선수단 미팅을 소개하며 프로패셔널의 자세를 역설했다. 우선은 울산에서 롯데와 가진 경기, 만원관중이 모인 자리에서 패배한 뒤 선수들에게 전했던 메시지를 소개했다. “오늘 만원관중이 울산분들인줄 아느냐? 대전에서 오신분들도 상당하다. 팬을 위해서 정신차려라. 야구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이야기는 첫 5연패 후 미팅으로 이어졌다. 그 당시엔 일체 야단을 치지 않고 선수들을 설득해 그 뒤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해 연패를 끊고 다시 승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때론 야단보다 격려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무조건 야단을 치면 거리가 멀어지고 신뢰가 깨진다는 그의 설명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9일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중에도 훈련을 재개하면서 느낀 점도 소개했다.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감독이 ‘준비과정’과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준비는 누가 일일이 따지지 않기에 허술하게 할 수 있지만 결국 결과가 말을 해준다. 리더가 준비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서 부하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리더로서의 준비 자세와 결과가 나쁠 때 책임은 고스란히 리더가 지는 것이지 부하들에게 책임전가해서는 안된다.”
▲ "잘했다"…지난 1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2로 삼성을 꺾은 한화 김성근 감독이 최진행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날 강연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지론도 돋보였다. 그는 모든 선수들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감독은 그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져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경기가 잘 안풀리는 날에는 혼자서 1~2시간 정도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향후 대책과 함께 결론은 항상 ‘김성근 정신차려라’로 결론 내린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부하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강연 끝자락에 다음과 같은 굵직한 메시지도 남겼다. “강하니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니깐 강한 것이다. 리더가 바람(역경)을 피하면 그 바람은 아랫사람과 조직에 향한다. 결국 리더가 앞장서 맞서고 피하지 않는 자세로 이겨내야 한다.”
그는 모든 것이 끝날 때 즉, 조직에서 언젠가 나오는 것은 필연이라며 "남겨둔 일 없이 깨끗하고 미련 없이 할 수 있도록 있는 동안에 전력투구할 것"을 당부했다. 바로 이것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리더의 바른 자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열린 특강에는 한화생명 김연배 부회장,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400명이 참석했다. 특히 지난달 말 한화와 한 가족이 된 한화테크윈 김철교 사장을 비롯해 한화탈레스,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 빅딜 4사 대표이사와 임원 90여명이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강연을 경청한 한화테크윈 윤인철 상무는 “이번 강연을 듣고 지금까지 리더로서의 자세보다는 후배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사가 되려 행동했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 되돌아 보게 됐다”면서 “조직의 목표와 동료와 후배 개개인의 발전이 있어야 결국 성공하는 리더가 될 것”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의 임원조찬특강은 2004년부터 전 계열사 대표이사와 상무보 이상 임원을 대상으로 매달 한 번씩 열린다. 사회 저명인사, 경영과 혁신 관련 전문가, 인문학, 예술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청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