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다사다난했던 12일 간의 대장정을 마쳤지만, 이번 파행을 계기로 온 국민이 목도한 '지역 거버넌스'의 폐단이 상당하다.
특정 이벤트를 명분으로 내걸고 정부 예산을 가져오기에 급급한 지역의 '악순환'을 막아야 하는 시점이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과거 일방적인 중앙정부의 주도에서 벗어나 정부-기업-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말한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전라북도가 주도하여 개최권을 유치했고, 새만금 일대 갯벌 미개척지를 간척지로 탈바꿈하여 잼버리 대회가 열릴만한 야영지로 조성한다는게 핵심 관건이었다.
하지만 6년간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담했다.
극한 폭우가 내린 후 기록적인 폭염이 열악한 시설과 평탄한 야영장을 강습했다. 화장실과 그늘막 등 전방위적으로 모든 야영 여건이 부족한 가운데, 스카우트 대원들은 고초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방만한 운영이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
특히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상태는 역대 최악이었다. 잼버리 대회의 근본을 파괴하는 개최측의 고의적인 행위로도 읽힌다.
새만금에는 이미 간척이 완료된 땅이 있었지만 개최측은 이를 외면했고 아무 것도 간척된게 없는 다른 땅을 지정해 '농업용지'로 전환하고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데 급급했다. SOC 인프라 구축 등 국고 지원금을 받기 위한 명분으로 새만금 잼버리 대회 유치를 내세웠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개막한 8월 1일 서브캠프에 텐트들이 일부 설치되어 있다. 2023.8.1 /사진=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결국 이러한 여건 속에서 잼버리 대회가 열린 야영장, 현장은 전쟁이었다.
막상 대회를 열고보니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위생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한낮 폭염에 잼버리 병원 병상은 부족했다.
농업용지인 야영지는 배수가 되지 않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한증막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을 한계에 부딪히게 했다. 모기와 벌레가 괴롭히는건 그 다음 문제였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준비가 부재했고, 열악한 시설과 운영 미숙이 돋보였던 잼버리 대회였다.
영국 및 미국 대표단을 시작으로, 급기야 개최지였던 전북 새만금을 떠나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뿔뿔이 전국에 흩어져 개별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근대화·현대화·세계화된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 속에, 지방자치제가 '독버섯처럼' 전근대적인 악습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부가가치 증대나 생산성·효율성 증폭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 콤플렉스·보상심리라는 '정치논리'를 내세워 정부예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악성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3.8.2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러한 악성은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확인된 호남 뿐 아니라 타지역도 마찬가지다. 정부 예산을 따오는데 사활을 거는 지방의 행태는 1987년 헌법을 개정한 후 대한민국 전 지역에 번졌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눈 먼 돈이 비효율적으로 쓰인 전형적인 사례다.
차후 윤석열 정부가 처한 과제는 분명하다. 각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구제성 지원에 기대려는 악성을 끊어야 한다.
방법은 하나다. 지역별 세제를 비롯해 토지규제에 대한 자율을 최대한 허용해 '자유경쟁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다.
각 지역의 '책임있는' 자유만이 지방정부를 중앙정부로부터 자립시킬 유일한 방안이다. 중앙정부에 기생하려는 지방정부의 악성을 뿌리뽑으려면 자발적인 노력과 경쟁할 자유가 필요하다. 각 지방정부가 이벤트 유치, 기업 유치, 일자리 증진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역 시장경제를 활성화할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잼버리 대회가 오히려 지방의 악성을 드러낸게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고름은 째고 치료해 봉합해야 한다. 치료 없이 봉합만 한다면, 더 깊이 썩어들어가 해당 부위를 잘라내야 한다.
이제 정부를 이끄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통치 행위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