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농협은행, 만기 50년 주담대 판매중단…은행권으로 번지나

2023-08-21 13:3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은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이 다음달부터 이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기획 당시 설정한 판매한도를 단기간에 채우면서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관리의 일환으로 은행 현장점검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언급한 가운데, 농협은행에 이어 타행도 50년 주담대 판매 중단에 나설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은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이 다음달부터 이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기획 당시 설정한 판매한도를 단기간에 채우면서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출시한 만기 50년 주담대 상품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판매를 이달 말께 종료할 예정이다. 

당초 은행 내부적으로 이 상품 판매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는데,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를 이달 말께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액(대출 실행액)은 약 7028억원에 달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기획·판매할 때 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었는데, 예상으로는 8월 말께 다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언제까지 상품을 팔 지 예측할 수 없고, 8월 말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정한도 2조원을 충족하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게 되는데, 재개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판매 중단 예고가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결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당국의 (현장점검 및 가이드라인 제공) 발언과 별개로, 모든 은행은 대출상품을 팔 때 무한대로 팔 수 없기 때문에 한도금액을 정해두는 편이다"며 "통상 대출은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에 따라 대출규모를 조절해서 공급하는데 작년 사업계획에 여신규모를 정해놨다"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에 따라 대출이 은행 내부 기준치를 넘어서면 리스크로 작용하는 만큼, 은행들이 금리나 판매한도를 조절하는 식으로 주담대를 운용한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코로나19로 예대율을 105%로 완화했다가 지난달부터 100%로 정상화했다.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건 금리경쟁력이다. 이날 주요 5대 시중은행의 50년 주담대 상품을 놓고 보면 농협은행이 연 4.02~5.62%, 국민은행은 연 3.90~5.30%, 신한은행은 연 4.67~5.98%, 우리은행은 연 4.39~4.79% 하나은행은 연 4.456~5.056%으로 각각 집계됐다. 

하단금리만 놓고 보면 농협은행이 비교군 중 꽤 낮은 편이다. 특히 나머지 네 은행의 금리하단은 만기 30~35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자연스레 금리는 이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낮은 금리를 좇는 대출자들이 농협은행으로 몰려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농협은행의 행보를 두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예비대출자들의 촉각도 곤두서고 있다. 타행도 대출한도 소진 시 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해 서둘러 대출러시에 나설 수 있는 까닭이다. 마치 '의자 뺏기 놀이'처럼 주담대를 먼저 받는 사람이 유리해진 형국이다.

현재 타행의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50년 주담대를 가계부채의 주 요인으로 꼽은 데다, 은행 현장점검 등을 예고한 만큼, 예상보다 판매한도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본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40·50년 주담대가 지금 활성화되면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 검사제재의 관점이라기보다 운영의 적절성 내지 정책의 협업 방향성을 잡는 과정에서 8월 중 현장점검을 내보내고, 그 결과를 토대로 50년 주담대를 비롯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원칙이 작동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담보물이 있어서 50년 주담대의 리스크가 크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면서 이번처럼 기간을 늘려 만드니 (당국이) 수요가 많다는 걸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혜택을 못 누리는 고가 주택 매수자들로선 월상환액이 많이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50년 주담대가 유일한 희망일 수밖에 없다"며 "50년동안 대출을 안고 가는 사람이 없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지는 3년 이후부터 일부 상환하거나 갈아타려는 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어느 은행이나 한도를 빠르게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