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국내 학자가 지은 자생생물 학명 수가 2000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명이란 생물 이름의 세계적인 통용을 위해 국제명명규약에서 규정한 표기법에 따른 이름이다.
한반도 자생종 발표 시기와 국적별 저자 변화 추이./사진=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된 5만8050종의 국적별 명명자를 인공지능 기술인 챗지피티(ChatGPT)와 전문가 검토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학자가 지은 학명이 지난해 기준 6851종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00년 1662종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며, 특정 분류군에 이름을 붙이는 명명 비율은 11.9%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원핵생물 2536종 ▲무척추동물 1744종 ▲곤충 1720종 ▲균류 및 지의류 397종 ▲조류(algae) 234종 ▲식물 171종 ▲어류 40종 ▲양서파충류 9종 등 순으로 많았다. 원핵생물의 경우, 전세계 기록종 1만9440여 종 중 국내 학자가 지은 학명이 13%를 차지했다.
또한 한반도에만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고유종 2355종 중 약 64%인 1506종의 학명을 국내 학자가 지어, 2000년 847종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고유종 발표 시기와 국적별 저자 변화 추이./사진=국립생물자원관
우리나라 자생생물 학명은 2000년 이전까지 주로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외국학자들이 지었다. 당시 우리나라 연구자의 명명 비율은 3.4%에 불과했으나,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 개관 이후 자생생물 발굴사업 등 신종 발굴에 힘입어 국내 연구자의 명명 비율은 크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형태적,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한반도에 분포하는 개체가 주변국 개체와 다른 종으로 밝혀져 학명에 우리나라를 뜻하는 코레아나(coreana)로 명명된 사례도 증가했다.
특히 2001년부터 최근까지 발견된 한반도 고유종 719종 중 약 91.6%인 659종의 학명을 국내 학자가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환 관장은 "국내 연구자들이 명명한 학명의 증가는 최근 20년간 자생생물 발굴사업 등 우리나라 자생생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며 "최대 10만 종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자생생물 발굴을 위해 분류학 기반 연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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