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개인에게 좌우명이 중요하듯 국가의 이념 역시 중요하다. 이 가치관에 따라 개인은 삶의 방향이, 국가는 정책 기조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사상이 밥 먹여 주냐는 빈정거림도 있지만, 그 이념이나 사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밥을 먹을 수도, 굶어 죽을 수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남한과 북한만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자유’에 기반 한 이념을 택한 대한민국은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른 반면, 사회주의를 표방한 북한은 날이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누가 봐도 ‘자유’의 승리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색깔론'이나 ‘철 지난 이념’이라는 반격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치고 한쪽 이념에 치우쳐 있지 않은 이를 본 적이 없다. 모두 다 그렇다고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색깔론을 운운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유보단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그것들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구라고 특정 짓진 않겠지만, 그런 이들의 본질은 ‘위선’이었음이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 드러난 바 있다.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그냥 ‘참여연대’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자유’를 기치로 만들어진 시민단체에는 ‘보수 성향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현상 또한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먼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범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런 위선들과 싸우는 사령탑이라고 생각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규제를 타파하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유를 좀먹는 위선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지난 22일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범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런 위선들과 싸우는 사령탑이라고 생각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규제를 타파하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유를 좀먹는 위선을 바로잡는 역할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아야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는 전경련의 위상을 곤두박질 시키는데 큰 빌미가 됐다. 그래도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라는 기치 하에 꿋꿋이 견뎌왔다. “달라진 게 뭐냐”는 시선에도 삼성을 비롯한 SK, 현대차그룹, LG가 전경련 재가입을 결정한 것은 전경련의 보이는 역할과 보이지 않는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전경련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분명하다. 전경련과 비교가 되는 헤리티지재단이 ‘기업의 자유’,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와 미국의 전통적 가치’, ‘국방 강화’를 자신들의 임무로 설정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 출범하는 전경련 역시 그런 가치, 다시 말해 자유와 관련된 이념이나 사상이 분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류진 신임회장은 돌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 보단 ‘중립적인’ CSIS 형태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다. CSIS의 경우 정치 외교와 관련된 테크닉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자유라는 사상이 명확하게 자리 잡은 미국에선 이 같은 테크닉이 효율적이겠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이 시점에 전경련 회장이 ‘중립’을 논한다는 사실에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경련이 하루아침에 중립적인 싱크탱크로 변모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면 ‘자유시장경제’ 창달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한 것이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는 싱크탱크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중립이 아닌 분명한 사상이다. 특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전경련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전략이나 테크닉이 아닌 흔들리고 있는 자유를 바로 잡는 것이다. 전경련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무리인 것일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