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펀드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액을 떠안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와 자금 횡령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공기관 관료를 비롯해 다선 국회의원, 법조인, 자산운용사 임직원 등 사회 유력인사들이 투자관련 금품을 수수하고 직무정보를 이용하는 등 사익추구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오전 본원 기자 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밝혔다. 해당 TF는 올해 1월 말 설치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했고, 3사에서 위법혐의가 추가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액을 떠안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와 자금 횡령을 일삼았다고 밝혔다./사진=김상문 기자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라임자산운용에서는 △특정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피투자기업 관련 횡령 등의 혐의가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8~9월 4개 라임 펀드에서 투자자산 부실, 유동성 부족 등으로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타 펀드자금과 운용사 고유자금을 활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제공했다.
펀드 투자자의 손실은 고스란히 다른 펀드 투자자에게 전가했다. 특혜층은 중앙회와 상장사, 다선(多選)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가 포함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아울러 라임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 등에서 약 2000억원의 횡령도 저질렀다. 라임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은 회사의 대표이사 및 회장이 이 자금을 고급 리조트 인수나 본인 계좌로의 입금 등으로 유용한 것이다. 자금 인출 및 송금시 명목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옵티머스에서는 △투자관련 금품수수 △피투자기업 관련 횡령 △전직 임원의 부정거래 공모 △부동산 개발 시행사 지분 취득자금 제공 등이 밝혀졌는데, 관료·법조인 등이 연루됐다.
대표적으로 한 공공기관의 기금운용본부장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전체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총 1060억원을 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옵티머스측으로부터 1000만원을 대가로 받았다. 또 이 본부장의 자녀는 옵티머스로부터 급여를 수령하기도 했다.
옵티머스의 한 전직 임원은 지난 2017년 6월 펀드자금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비상장사 사모사채에 투자하도록 운용을 지시해 비상장사로부터 1억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옵티머스는 투자제안서에 펀드 자금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기재해 피해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디스커버리에서는 △연계거래 방식의 펀드 돌려막기 △직무 관련 정보 이용 △펀드 자금 횡령 및 배임수재 등이 적발됐다.
디스커버리는 펀드 자금을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하고, 이 법인이 미국 대출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2월 해외 SPC의 자금 부족으로 만기가 도래한 3개 펀드의 상환이 어렵게 되자, SPC2가 SPC1의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해 펀드 3종(2029만달러, 한화 약 272억원 상당)을 상환했다. 이후 디스커버리는 SPC2의 후순위채권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투자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활용하기도 했다.
또 디스커버리는 부동산개발 시행사와 공모해 2018년 8월과 12월 2회에 걸쳐 부동산펀드 자금으로 총 109억원을 대출한 후, 약정 이자의 일부인 약 5억 7000만원을 면제해주거나 이자지급 기일을 연기해주는 등 펀드 이익을 훼손하고 시행사의 이익을 도모해줬다.
그런가하면 디스커버리 펀드 자금이 투자된 해외 SPC의 자금관리 및 투자업무를 수행한 직원이 부실자산을 액면가에 매입해 수억원의 대가를 취하는 한편, 해외 SPC의 자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본인 회사 등으로 임의 인출해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세 자산운용사에서 적발된 추가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수사기관과의 협조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에 위법행위가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 2020년 6월부터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추진한 펀드 판매사와 피해자 간 분쟁조정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추가 위법행위가 분쟁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디스커버리펀드 SPC1의 투자펀드는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돌려막기를 했는데, 운용사·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정상적으로 상환이 되는 것처럼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가 이러한 설명에 따라 자금을 맡겼다면 운용사나 판매사의 책임이 커질 수 있다.
아울러 SPC2의 신규 펀드는 다른 펀드 돌려막기를 위해 거짓 기재한 투자제안서로 펀드 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에, 판매사가 같은 제안서로 판매했을 시 불완전 판매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이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사에 대한 검사, 구체적인 사실관계 조사 등으로 분쟁조정을 적극 실시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 옵티머스, 헤리티지펀드 투자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다른 펀드(라임 국내, 라임CI, 디스커버리, 헬스케어) 투자자는 손해액의 40~80% 수준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각종 불법행위를 엄단해 자본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 구제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