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직업병' 조정위 '공익법인 설립' 권고

삼성전자에 1000억원 기부금 요청…반도체산업협회의 기부 동참 권고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가 논란이 된지 8년.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조정위원회(조정위)에서 구체적인 조정권고안이 나왔다.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직업병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직업병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미디어펜

이날 대법관 출신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조정권고안 요약 및 취지를 설명하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계의 기부를 통해 보상을 시행할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 설립하라"고 제안했다.

김 조정위원장은 "기부는 삼성전자가 이번 조정 사안을 사회적 의제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전향적으로 대승적인 태도"라며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정도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모습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사업체들의 연합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이하 '협회')도 기부에 동참하도록 권고했다.

삼성전자에는 1000억원의 기부금 제공을,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등의 기부금은 일단 협회에 신탁하며 70%는 보상사업으로 충당하도록 했고 나머지 30%는 공익법인의 고유재산으로 이관받아 관리하게 된다.

법인의 발기인은 조정위가 법률가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단체 등 7곳으로부터 한명씩 추천받아 구성한다. 공익법인 발기인들은 조정위가 보상 및 대책과 관련, 제시한 기준을 지키면서 세부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조정위는 학계 연구결과와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상 대상을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작업 공정을 하거나 관련시설 설치 및 수리 등의 업무를 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질환의 범위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개연성 또는 의심이 있다고 인정 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했다.

질환은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 재생불량성 빈혈, 유방암, 뇌종양, 생식질환, 차세대질환, 희귀질환, 희귀암, 난소암 등 12가지다.

보상대상 질환의 경우 어느 질환이라도 근무기간이 최소 1년, 퇴직후 최대 잠복기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최대 14년까지 한정했다.

보상액의 경우 질환 발병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최소한의 보상으로 제안했다. 이미 지출한 비용뿐 아니라 장례비용 등 앞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도 지원할 것으로 권고했다. 조정위는 최소한의 보상이 이뤄진다는 기초 위에 요양비용 이외에 추가 보상 비용도 부담할 것을 요청했다

김 조정위원장는 "보상의 개념을 국어사전적 의미로 파악해서는 안된다"며 "보상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사회에 천명할 그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며 노동건강인권선언 발표를 제안했다.

또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것은 국민의 한명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 인권"이라며 "사회적 사과와 더불어 불행을 겪은 개개인에 대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권고안에 대해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조정위는 조정당사자가 조정권고안을 받은 날부터 10일이 지날 때까지 이 조정권고안에 대해 서면의 형식으갖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본다.

향후 수정제안이 있고 이에 관해 다시 상호 절충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새로운 절충에 이르기 위한 후속 조정절차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