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목한 연구개발(R&D)비 나눠먹기·갈라먹기 논란과 관련해 "연구자가 연구비 수주 영업을 해야 하는 연구과제중심(PBS·Project Based System) 시스템 개선이 근본 처방"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눠먹기식·갈라먹기식 카르텔이라고 비판받는 과학기술 연구비는 사실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의 제도적 환경이 만든 기형적 산물"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가총생산(GDP) 대비 총 R&D 투자 비중은 2021년 기준 4.95%로 세계 2위"라면서도 "연구개발 질적 성과가 낮고 기초연구 성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연구비 카르텔과 관련해 연구과제중심(PBS·Project Based System) 시스템 개선이 근본 처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6일 전당대회 선거개입 관련 긴급기자회견 당시 모습. /사진=미디어펜
안 의원은 "정부의 연구비 예산 삭감과 구조조정을 보면서 연구자와 연구기관은 모든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말한다"라며 "정부가 나눠먹기·갈라먹기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연구비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운영한 PBS 제도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 의원은 특히 "연구자들은 낮은 출연금 비율과 높은 외부과제 수주 비율 때문에 설립기관 고유 연구업무나 원천기술 개발에 필요한 장기적인 연구보다 연구비용 확보를 위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건비와 기관운영비 확보를 위해 기관 임무 또는 개인 연구 분야와 관련이 적은 다수 과제를 수주해야 하고, 이는 연구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과기출연기관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부설연구소 등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PBS 제도로 인해 한국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과제 성공률은 99%에 달한다"면서도 "R&D 기획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성공 확률은 낮더라도 성공하면 노벨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담대한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못하고, 이미 결과가 뻔한 연구만 하는 생태계로 변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기술 분야 특성을 감안해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보장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며 "PBS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연구자들과 연구기관이 전문성과 설립 목적에 맞는 연구에 안정적으로 집중할 수 없고, 시대를 리드할 연구자와 연구물이 나올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비 구조조정을 시작하려는 지금이야말로 PBS 제도 대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어 줄 새로운 연구비 재원 지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세계 최초 연구 결과물이 대한민국에서 우리 손으로 나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