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점잖고 차분한 느낌을 내는 '올드머니 룩'이 패션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업체들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가을 신상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올드머니 룩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 한 백화점 패션 매장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드머니 룩은 집안 대대로 부를 상속받아 사는 상류층의 패션을 말한다. 실크, 캐시미어, 리넨, 트위드 등 고급스러운 소재와 화려하지 않은 은은한 색상을 사용해 단순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0년대부터 성공과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힙합 문화가 인기를 끌며 이른바 뉴머니룩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며 국내 명품 소비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2021년 명품 매출은 35% 증가했으며 2022년에도 명품 매출이 30% 늘었다.
그러나 최근엔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 등 여파와 4~5년 간 이어온 '뉴머니 룩'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점잖은 느낌의 올드머니 룩이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SNS에서 올드머니 패션에 대한 키워드가 급상승하고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올드머니 패션 AI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렉스 문화의 뉴머니 룩이 화려한 로고의 명품을 소비했던 것과 달리 올드머니 룩은 로고 없이 기본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다.
LF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 LF몰의 PB브랜드 ‘스탠다이얼(standial)’은 가을 인기 아이템 ‘트위드 재킷’을 메인으로 한 FW ‘트위드 컬렉션’(TWEED COLLECTION)’을 론칭했다. 트위드 컬렉션은 스탠다이얼만의 포근한 컬러와 텍스처를 살린 소재에 모던한 디테일을 더해 새롭게 해석한 재킷, 스커트 6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트위드 재킷은 다양한 소재의 변주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프린지 디테일과 금장 단추가 포인트인 ‘프린지 트위드 재킷’, 두께감 있는 유연한 부클 소재의 ‘부클 트위드 재킷’, 딱 떨어지는 촘촘한 조직감의 ‘우븐 롱 재킷’, 경쾌한 크롭 기장으로 캐주얼&페미닌 무드에 모두 어울리는 ‘핸드메이드 크롭 재킷’ 등 4종으로 출시됐다. 재킷과 함께 셋업으로 연출할 수 있는 스커트는 A라인 미디 스커트와 미니 기장 2종으로, 다양한 룩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어 9월에는 신규 ‘데님 컬렉션’(DENIM COLLECTION)과 니트, 가디건, 바시티 재킷, 스웨이드 재킷, 핸드메이드 코트 등 총 20여종의 신상품으로 연출한 가을 스타일링 룩 북도 LF몰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22 FW에는 ‘니트’ 품목만 선보였다면 이번 23 FW에는 니트 아이템 외에 재킷, 점퍼, 코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온은 올드머니 룩 트렌드에 맞춰 패션 신상품 행사 ‘온앤더패션 위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폴로 랄프로렌, 라코스테, 나이스클랍, 플라스틱아일랜드, 닉앤니콜, 틸아이다이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가을, 겨울 신상품을 선보인다.
롯데온은 올해 하반기까지 올드머니 룩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상품을 판매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는 자켓을 테마로 올드머니 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버사이즈의 테일러드 자켓, 고급스러운 소재를 활용한 트위드 자켓, 레더 자켓 등을 선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랜드 쿠치넬리는 지난 2분기 매출이 14% 증가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역시 올드머니 룩 트렌드에 맞춰 가을·겨울 컬렉션 'Timeless Reserves & New Blends'을 공개하며 슈트, 캐시미어 코트, 스웨터 등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이어지고 패션에서도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명품 등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려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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