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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공약, 북핵 문제엔 제자리? 득실 따져보니

2023-09-03 15:1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인·태지역에 새로운 소다자협력체가 탄생했고, 3국간 안보협력을 제도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 ‘정신’ ‘협의공약’은 3국간 다양한 협력 분야가 다층적으로 엮여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들을 열거하는 등 중국, 러시아, 북한 3국에 대한 대응도 명시했다.
 
지금 세계가 글로벌리즘에서 소다자주의로 흐르는 추세에 한국이 미국 주도의 소다자협력체에 처음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쿼드(QUAD: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동맹)보다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협력체가 향후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한미일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북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신’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조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정례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약’에서 공동의 이익·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신속하게 협의해서 대응 조치를 조율하기로 했다.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북핵 위협에 보다 강력 대응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면서도 북한과 대화 의지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금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대화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중국, 러시아와 더 강력한 연대를 꾀하는 북한에게 더욱 빌미를 준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받는 명분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간에 타협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의 분단선을 기준으로 냉전적 대결구도가 고착화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한 평화로운 통일 과정을 얘기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방안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는 어려운 길을 포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새로운 길’이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신냉전 위기 속에서 신냉전 전환을 가속화시키면서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고립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오솔길을 걸어 퇴장하고 있다. 2023.8.20./사진=대통령실


북한이 이처럼 ‘단절과 긴장의 한반도’를 선택한 상황에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선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2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최근 북한과 무기거래에 나섰고, 그런 러시아를 지켜보던 미국은 중국과 다각도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면서 가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 여부 및 이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및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레버리지 삼아 북핵 문제에 성과를 내는 선거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중국이 지금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하고, 이로 인해 북한 비핵화는 비현실적 과제가 됐으므로 윤석열정부가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바로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일본처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국립외교원 세미나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과거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완성을 지연시키기 위한 외교를 펼칠 때와 2017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는 다르다. 아직도 비핵화정책을 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지금처럼 한미 정상간 관계가 좋을 때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추후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에도 지금의 외교전략이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그때 상황에 맞는 외교 복원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유럽에 나토라는 다자안보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말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독자 핵개발을 추진했던 이유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번 회의 결과물들은 모두 차기 정부에서 되돌려질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간 외교안보협력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자강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번 회의에선 한국의 핵 잠재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그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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