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농촌 취약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호평이다. 해당 주민들은 물론, 축제를 보러 오거나 단순 여행으로 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이게 우리나라 시골이 맞아?”라는 신선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타 지자체 농촌지역에서도 벤치마킹 사례로 손 꼽히는 두 마을을 알아보자.
취약농촌주거환경개선사업은 오지마을 등 취약지역 주민의 기본 생활수준 보장을 위해 안전·위생 등 생활인프라 확충, 주거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방시대위원회가 사업지구를 선정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가 사업관리 및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축대·담장 등 위험시설 보수, 노후주택 개선, 상하수도 설치·개량 등 취약지역의 안전한 주거환경 지원이 주된 사업 내용이다.
대문이 없는 생활공동체, ‘수리실’ 마을... 주민 아이디어가 빛나는 야경
먼저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에 위치한 장동2리를 찾아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쇠락 일로를 걷고 있던 이 마을은 이미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마을로 탈바꿈해 있었다.
‘수리실’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은 38명의 인구로 매우 작은 마을이다. 기반시설이 매우 취약하고 노령인구가 72%가 넘으며, 절반 가까이가 독거 노인임에도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성이 살아 있는 마을이다.
사업 진행 전 이 마을은 주택과 인접한 산에서 내려오는 잦은 토사와 침수로 인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또 낮은 가드레일로 인한 안전 위험, 재래식 화장실로 인한 비위생, 70년대 초 보급됐던 슬레이트(석면) 지붕으로 인한 유해성, 무단투기 장소로 쓰여지던 폐가 등 현대화된 요즘 시골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일상이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이 모든 게 새롭게 바뀌었다. 주변 산에서 내려오는 토사와 침수는 244m에 달하는 옹벽이 설치되면서 예방됐으며, 공동화장실과 상하수도가 정비됐다. 15곳에 달하는 빈집이 철거됐고 슬레이트 지붕 개량 등 필요한 집 수리가 이뤄졌다.
특히 담장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대문을 없앴다. 이 마을의 공동체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또 마을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담장 입구에 태양광 조명등을 설치해 밤에는 흡사 꽃밭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우물 주변에 주민들이 그림을 그려 넣은 항아리를 전시해 놓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도 미래를 설계하는 현장포럼, 목공예, 사물놀이 등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도 달라졌다. 한글을 몰랐던 주민들은 서당을 통해 글을 배웠고, 스스로 갈고 닦은 공예 실력으로 마을을 꾸며 한층 더 마을의 자태를 뽐냈다.
마을 주민인 장영량(82)씨는 “나고 자란 곳이 이렇게 아릅답게 꾸며져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다”라고 말했으며, 박장순(86)씨는 “살아생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을 갖게 돼 너무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의근(71)씨는 “주민들이 모두를 위해 양보하고 협의하는 과정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라고 말했다.
4년 전 귀촌한 고관원(72)씨는 “귀촌해 주민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다”며 “또 다른 마을 사업에도 동행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장종식 마을 이장은 “마을 개선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18억 원이었지만, 우리가 느끼는 만족도는 50억 원이 넘는다”라고 평가했다.
백운리 마을 초입에 있는 마을 설명과 등산로 안내판./사진=미디어펜
독립운동가 8인을 배출한 1000년 역사가 깃든 국화의 마을 ‘백운리’
이어 찾아간 마을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위치한 백운리 마을이다. 항일 독립운동가를 8명이나 배출한 마을로 3.1 독립만세운동을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져있다.
164가구, 283명이 살고 있는 마을로 나름 규모가 큰 마을이지만, 옥천읍으로부터 25km나 떨어진 오지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55%가 넘고, 독거노인 비율 18%,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7.8% 등 주민들의 경제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앞선 수리실 마을과 마찬가지로 백운리 마을 역시 슬레이트 지붕을 개량하고 재래식화장실을 없애고 마을회관을 리모델링 했다. 빈집 25동과 방치된 폐축사를 철거했으며, 노후된 담장을 정비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등 환경개선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에는 마을주민들이 제빵동아리를 만들어 독립운동의 이미지를 담은 국화호떡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국화 축제도 개최했다. 올해 10월에도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11월에는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될 계획이다.
박선옥 이장은 “정부의 이번 사업 없이 10년이 흘렀다면 마을은 쇠퇴하고 사람들도 떠나갔을 것”이라며 “마을의 특징과 특성을 잘 파악해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 노후 시설이라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고민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다른 사업대상 마을에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땅값도 오르고 매입 문의도 많아졌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최근 우리나라는 출산율 7.0명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방소멸론도 더 자주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람이 모여들고 살고 싶도록 하는 마을은 만드는 것에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지방시대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취약농촌주거개선사업과 연계해 귀농·귀촌 희망자를 받아 빈집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며 “몇몇 마을을 아예 마을 안에 귀농·귀촌센터를 짓고 싶어하는 등 귀농·귀촌 장려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농촌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정주여건이 훌륭한 매력적인 농촌 마을이 더 생겨,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청년농업인들이 후보지를 놓고 선택 못 하는 광경이 펼쳐지기를 희망해본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