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를 지목하며 언급한 발언이다.
5일부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총 18개국 정상이 모이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이날 이와 맞물려 윤 대통령은 다수의 양자회담 또한 갖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열릴 EAS에서 '대북 공조'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발언을 밝힐지 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EAS는 아세안 정상회의가 기존 아세안+3을 확대해 마련한 별도의 대화 포럼이다. 18개국 정상이 모여 역내외의 주요 안보 현안을 숙의하는 대외 전략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상황은 다소 '주의 깊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열어 무기 거래를 논의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안보적 위해이자 국제 안보의 규범과 규약, 협의 사항을 모두 일거에 거스르는 행동"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와 전쟁 물자, 공격용 무기, 군사 기술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실제로 이행될 경우 생각해 볼 것"이라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두 나라의 지도자가 만난다고 하면 한 나라는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비토권을 가진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이며, 다른 한 나라는 지난 20여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장 엄중하게 보고, 가동 중인 혹독한 결의안 10여개의 당사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실제 계획한 대로 북한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질지 마지막에 봐야 한다"며 "미국을 포함해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꽤 선제적으로 오랫동안 유심히, 말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그는 미국과 북한 간 물밑 접촉 여부와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불편한 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필요한 채널은 갖고 있기 마련"이라며 "지금 북한의 방러를 말리거나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아세안이 계속 힘을 보태달라"며 "북한 핵 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불법 탈취와 노동자 송출을 차단하는 데도 아세안이 적극 동참해달라"고 아세안 정상들에게 당부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열릴 EAS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규범 기반의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18개국 정상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할지, 중국 역할론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가능성에 대한 비판을 얼마나 표현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