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 정부가 자국 비료업체들의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하면서 2년 전 요소수 대란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난 2021년 요소수 대란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원자재 및 핵심 소재 공급난을 경험한 만큼 정부와 산업계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초부터 자국 대형 비료 제조사들에게 요소 수출을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중국 CNAMPGC홀딩스는 비료 수출을 제한한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요소수를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 공장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롯데정밀화학 제공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제조하는 요소는 경유차 오염 물질 저감, 농업용 비료,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 장치 등에 쓰인다.
중국 장저우 상품거래소에서 요소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말 사이 50% 급등한 이후 등락을 거듭해 왔으나 최근 중국 내 재고가 감소하고 수출이 늘어난 까닭에 가격이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자국 내 요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수출 제한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요소수 관련 상품 부족을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도, 미얀마, 호주와 함께 중국 요소의 주요 고객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수 등에 쓰이는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2021년 71.2%에서 지난해 66.5%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 89.3%로 다시 상승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를 풀자 고품질에 저렴한 중국산 요소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사실상 중국 요소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요소 수출 제한 조치가 반갑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10월 중국발 '요소수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중국은 당시에도 자국 석탄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갑자기 요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품귀 현상을 빚었다. 평소 10L당 1만 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당시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특히 경유 차량은 매연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요소수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어 가격 폭등이 불가피했다.
업계에서는 불과 2년 만에 중국의 요소 공급난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공급망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요소수 대란 당시에도 정부와 관련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등남아시아 요소 수입을 늘리면서 지난해 중국산 요소 비중을 크게 낮췄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쳤다.
정부는 요소 대란 당시 요소를 경제 안보와 밀접한 핵심 품목으로 인식하고 향후 체계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속되지 않은 셈이다.
요소 외에도 중국산 원자재·광물 의존도를 전체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33종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중국은 미중갈등을 계기로 이번 요소 수출 제한처럼 원자재를 전략물자화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을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시행해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다만 요소수 같은 자원은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어서 개발도상국 등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 2의 요소수 대란을 겪지 않으려면 사전에 공급망 다양화를 구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대란 당시 구축해 놓은 중동, 러시아, 일본 등에서 대체 수입할 수 있지만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요소수 대란 재현 우려가 확산되자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주중 대사관 등 외교 라인을 통해 확인해 결과,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비료용 요소의 수출 통제 조처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입처 다각화와 더불어 비료용 요소의 경우 연간 예상 소요물량의 상당 부분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요소 역시 현재까지 수입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