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악성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특정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교권 침해를 당한 기록이 공개됐다.
9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고인이 된 교사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가 교권 침해 사례를 모집할 때 자신의 사례를 작성해서 제보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글에는 A씨가 1학년 담임을 맡았던 지난 2019년, 4명의 반 학생이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힌 정황이 기록돼 있다.
특히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학생 B군은 학기가 시작된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 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서 생활 지도를 받은 것으로 적혀있다. B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서 A씨가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하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4월 B군 학부모는 상담 당시 “학급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과한 것일 뿐 누구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조용히 혼을 내든지 문자로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로도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 B군은 괴롭히는 행동을 반복했다.
B군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씨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다. 10일 후 B군 어머니가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 전화를 한 일도 있었다.
이후에도 수업 시간에 지우개나 종이 씹는 행동, 친구를 꼬집는 행동, 수업 중 계속해서 색종이 접는 행동, A씨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버티는 행동 등이 이어졌다.
2학기에도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이어지자, A씨는 교장에게 B군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B군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적혀있다.
당시 A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B군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2일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A씨를 신고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A씨에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에서는 B군에게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뒤로도 10개월간 A씨는 혼자서 고군분투 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A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할지 몰라서 메일 드렸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교권 상담 신청도 했다.
A씨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라며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내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A씨는 당시 ‘회사 일을 하는데, 왜 회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냐’는 남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A씨는 마지막에 “서이초 사건 등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교권 침해 사례 글을 쓴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