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중국이 ‘자국 내 아이폰 사용 금지’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중국도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고조되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국내 부품 업체들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트위터
11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원톱을 노리는 중국과 이를 지키려는 미국의 방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미중 전쟁은 지난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가 거세졌고, 지난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력한 규제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 미국 vs 중국 점입가경, '경제회랑'으로 날선 대립
중국정부가 주변 국가들과 중국을 철도 도로 송유관 등으로 연결하겠다는 일대일로 정책을 내놓으면서 미국 역시 이에 대항한 서방 주도의 경제회랑을 발표했다.
중국은 △ 중국-파키스탄 △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 중국-몽골-러시아 △ 유럽-아시아 △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 중국-중남반도(인도차이나 반도) 지역을 잇는 6개의 경제회랑 건설을 추진 중이다.
6대 경제회랑 건설 계획은 주요 경제권의 인프라 통합, 인적 네트워크의 교류, 체제 및 기제의 연동을 기본 원칙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인도와 중동, 유럽연합 세 지역을 철로와 바다로 연결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회랑’을 만드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의 광대한 인프라 회랑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에 대항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요르단, 이스라엘 등 중동과 유럽연합을 해로와 철로를 통해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세 지역간 경제 협력과 디지털 연결을 촉진해 인도와 유럽 간의 교역 속도를 40%나 높이고, 대규모의 교통 물류망을 구축해 무역과 에너지, 데이터 유통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 반격나선 중국, 일개 제품마저 규제...한국 기업도 영향 불가피
이러한 미국의 압박 속에서 중국의 반격 또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급기야 중앙정부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외산 스마트폰의 업무용 사용을 금지하고, 기타 공공기관과 국영 기업까지 관련 조치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비단 아이폰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미국의 제재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의 이번 조치로 아이폰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애플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250조 원 넘게 증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의 조치로 미국의 기업이 피해를 입은 그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20%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는 애플이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의 규제가 애플 뿐 아니라 스마트폰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공급망 목록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등이 올라있다.
특히 LG이노텍의 경우 전체 매출의 75.1%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납품 물량이 많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애플 비중이 30∼40%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7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기대했던 LG디스플레이와,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던 LG이노텍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도 스마트폰 생태계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과 화웨이의 신제품 출시 시기가 겹치면서, 화웨이가 프리미엄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미중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느 기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중국의 애플에 대한 규제가 쏘아 올린 후폭풍이 거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에도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