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물산이 '넥스트홈'을 앞세운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전략 수정은 정비사업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에 미디어펜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삼성물산의 정비사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성물산 정비사업 연대기-③미래]'넥스트홈' 앞세운 래미안…건설업계 초긴장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래미안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삼성물산은 정비사업 판도를 바꿀 회심의 카드로 '넥스트홈'을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 아파트 주거문화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이 지난달 23일 설명회에서 인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동영 기자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 갤러리에서 '래미안 더 넥스트' 설명회를 열었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이 직접 무대에 나와 넥스트홈을 소개했다.
삼성물산이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한 넥스트홈은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게 주거 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설명회에서 김명석 본부장은 "아파트는 물리적 수명에 비해 사회적 수명이 짧다. 이를 개선한 것이 넥스트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집에 라이프 스타일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집이 거주자의 삶에 맞추는 주거 패러다임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넥스트 라멘 구조와 인필…래미안 혁신 이끌다
넥스트홈은 넥스트 라멘 구조와 '인필(in-Fill)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먼저 넥스트 라멘 구조는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라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기둥이 있는 라멘 구조는 위·아래층 소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지 않고, 층과 층 사이에서 무게를 떠받치는 보가 완충 역할을 해 층간소음에 강하다. 하지만 기둥으로 인해 방이 돌출돼 공간에 제약을 받게 된다.
넥스트 라멘 구조는 세대 내부 기둥을 내부가 아닌 외벽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집 내부를 탁 트인 '무주(無住)' 공간으로 만들어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방과 욕실 등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물이 선보인 넥스트 라멘 구조./사진=삼성물산
넥스트 라멘 구조로 인해 텅빈 공간은 인필로 채운다. 안(in)을-채우다(fill)라는 뜻의 인필은 모듈화와 건식화가 핵심이다. 조립식 모듈형 건식바닥 시스템을 활용, 바닥을 띄워 설치하고 바닥 하부로 배관을 설치했다.
가구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아파트가 주로 사용하는 붙박이에서 벗어나 가구들을 자유롭게 이동 및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벽 역할도 하는 자립식 가구도 개발할 계획이다.
넥스트홈을 적용하면 추후 리모델링 시에도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구조와 가구 배치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실현하겠다"는 김명석 본부장의 말대로 넥스트홈은 이제껏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구조다. 그동안 '대한민국 아파트=성냥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획일적이었다. 똑같은 구조의 집을 위로 쌓는 데 그쳤다. 차별점을 둔다며 고급화에 집중했지만 마감재 차이일 뿐이었다.
삼성물산은 넥스트홈을 통해 삼성물산과 래미안이 미래에도 고객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김명석 본부장은 "최고를 원하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삼성물산, 정비사업 적극 수주 의지…조합들도 관심
삼성물산은 넥스트홈을 앞세워 정비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명석 본부장은 "여의도, 압구정 등 주요 단지를 적극 수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공언에 경쟁사들은 긴장한 모양새다. 래미안은 올해 포함 26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를 차지한 아파트 브랜드다. 또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0년째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최근 정비사업팀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서울 일대 주요 정비사업지 현장에도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넥스트홈 출시 전후를 기점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정비사업 전통강자들과 관련해 최근 불거진 부정적인 이슈들도 정비사업 시장의 지각변동 요인"이라며 "실질적으로 현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일대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삼성물산이라는 버거운 상대가 정비사업 확장을 선언하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김명석 본부장은 정비사업 적극 수주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그동안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랜드마크 단지를 꾸준히 수주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구정, 성수, 용산 등 뛰어난 입지의 정비사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당연히 이들 단지 수주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클린수주 기조는 변함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노량진1구역(재개발) 입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찰에 나설 만한 서울 내 주요 사업지로는 한남4구역(재개발)을 비롯해 잠실 우성4차, 압구정3구역과 4구역, 여의도 한양과 시범(이상 재건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서울에서 양호한 입지를 자랑하며 향후 10~20년간 정비사업 핵심지로 거론될 곳이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 조합에서는 넥스트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내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우리 사업장에도 삼성물산이 넥스트홈 적용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조합원들에게 넥스트홈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넥스트홈 중 당장 적용이 가능한 인필에 대해서는 정비사업 조합에 제안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의 아파트는 무엇인가'라는 고민 끝에 탄생한 넥스트홈. 정비사업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은 조합원들의 니즈를 충족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물산이 다시 한번 정비사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