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난 2020년 여의도 증권가를 뒤덮었던 공포가 3년만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전년(2019년) 발생한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를 이유로 증권가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의 악몽이 다시금 증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 수사와 기소 등으로 마무리 수순을 밟는 듯 보였던 해당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발표였다.
금감원은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태스크포스(TF) 검사’ 결과에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에 대해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자금 횡령, 임직원의 사익 추구 행위 등을 새롭게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2019년 9월 다선 국회의원에서 2억원 가량의 특혜성 환매가 이루어졌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특혜성 환매 의혹을 받는 다선 국회의원이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밝혀지며 정치 논쟁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판매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사에 불과하다는 해명도 해 봤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판매자와 운용사 역시 수혜자가 고위공직자임을 알았다”면서 “판매사인 증권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에게 운용사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운용사의 운용 부실 문제를 증권사가 떠안는 모양새가 된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나 발표에 입장을 내지 않는 금융업계 보수적인 분위기 속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권 제물 바치기는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과거 펀드 사건을 끄집어내 특혜 환매 이슈를 띄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라임펀드 사태가 사회에 미친 영향, 투자자들의 피해 등을 고려하면 사태의 명확한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를 금감원 수장이 자신의 향후 행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 이슈몰이꾼은 금감원장의 역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치할 생각은 없다. 자본시장을 훼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최근 발언. 이 말의 진위 여부는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