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자취를 감췄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출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당분간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연 3%대 금리 주담대를 취급했던 경남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연 3% 주담대가 실종됐다. 경남은행은 최근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연 3.96%에서 연 4%로 0.04%포인트 올렸다. 경남은행은 "최근 시장금리 인상 등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에서 3% 후반대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으나, 이는 다자녀·중소기업 장기 근무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그동안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최근 금리 인상에 나섰는데,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주담대 변동 금리는 연 4.05~7.044%로 집계됐다.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은 연 4.09~5.94%,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62~7015%로 올라섰다.
대출금리 인상은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최근 오른 영향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불어나는 가계대출 원인으로 주담대를 지목하며 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은행권이 보수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논란을 빚었던 50년 만기 주담대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한도를 제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은행권들은 자발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산정 기준' 등의 조건을 높여왔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50년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줄였다. 농협·하나·기업은행 등은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수협·대구·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도입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0월(6조1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지난달 주담대는 전월보다 7조원 늘어난 827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6개월 연속 상승했다. 8월 증가폭(7조원)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금융권이 수신금리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규모는 118조원에 달한다.
지난 15일 기준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9개 은행의 예금 금리를 보면 36개 상품 중 6개 상품이 연 4%대의 최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IM스마트예금(연 4.0%)'과 'DGB함께예금(연 4.05%)'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연 4.0%)',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연 4.15%)',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4.1%)',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연 4.02%)' 등이다.
기준금리(연 3.5%) 수준에 머물렀던 5대 시중은행의 최고금리도 연 4%대 문턱에 올라섰다. 대표적으로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3.85%의 최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연 3.88%)'%,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3.90%)'의 최고금리도 연 4%대 문턱을 바라보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자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12월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연 4%를 웃돌았다.
당국은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을 경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금융시장점검회의에서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대두되는 등 금융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가계대출 확대·고금리 특판예금 취급 등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