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중흥토건의 입찰자격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향후 법정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6일 대의원회를 개최해 중흥토건의 입찰 무효 건과 이번 입찰에 중흥토건과 함께 참여했던 A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의 건을 함께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됐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과 시공사의 소극적인 참여로 올해까지 총 다섯 차례나 유찰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 방식은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입찰지침을 위반한 중흥토건을 배제하고 수의계약을 통해 A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의원회에서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7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문정동 소재 재건축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2개 건설사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대의원회가 이 중 특정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총회에 단독 상정한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의원회에서 이미 선정한 시공자에 대해 총회에서 시공자와의 계약체결 여부만을 의결할 수 있다면 이는 '시공자 선정과 변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한 도시정비법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방법원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용봉동 소재 소규모주택조합의 사안에서 시공자 선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 조합원의 시공자 선정 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의원회에서 수의계약을 맺을 시공사를 결정한 것은 무효로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회 전에 특정 건설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할 특별한 실익을 찾기 어렵다"며 "사실상 조합원들의 시공자 선정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런 방식을 강행하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영등포구청이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보낸 공문./사진=독자 제공
실제로 재건축 관할 관청인 영등포구청은 최근 조합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5호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3조 2항 등을 반드시 준수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절차상 문제는 또 있다. 중흥토건의 입찰자격 박탈 과정은 서면결의서와 직접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 A건설사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은 직접투표만 진행하는 것 역시 조합원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총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행정절차 상의 하자에 의한 무효 처리돼 총회를 다시 개최해야 하다 보니 그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입찰자격이 박탈된 중흥토건에서 소송 등 법적 다툼을 진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 인한 사업지연 등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공사비 산출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부분은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경쟁을 통해 절차적 투명성과 시공조건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 주체는 조합원으로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공사비 등을 포함한 사업조건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뤄내는 게 조합의 목표일 것"이라며 "다시 한번 어느 방법이 조합원들에게 가장 이익되는지 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