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상승이 멈추지 않으면서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는 등 산업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품목 별로도 정유를 제외한 석유화학·항공 등 대부분 분야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최고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유가 100달러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을 쏟아냈지만 12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것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내년 상반기에 브랜트유 가격이 12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JP모건 보고서는 120달러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유가가 실제로 이 수준까지 오르게 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연말에 6%까지 치솟고 향후 2분기에 걸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전년 동기 대비 1.3%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전망대로면 유가는 올해 60% 상승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승 폭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직전에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90달러 선, 브렌트유는 배럴당 93달러 수준을 오가고 있다. 특히 브랜트유는 최근 장중 95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급등했다. 올해 다소 안정세를 찾는 듯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한 원유 감산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문제는 두 나라가 최근 감산 기조를 3개월 연장해 올 연말까지 이어가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 폭등세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 韓 산업, 고유가에 취약…하방 압력 가중
국내 산업계는 고유가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입해야 하는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고 물류비와 에너지비용도 오르게 된다.
이는 물가상승을 일으키고, 소비심리 둔화에 따른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산업계에는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온다.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입과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120.14) 대비 0.9% 오른 121.16(2015년 수준 100)으로 집계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7월 두 달 연속으로 올랐으며, 8월 상승 폭은 지난해 4월(1.6%) 이후 가장 컸다.
◇ 석유화학·항공 직격탄…정유 '표정관리'
분야 별로는 고유가가 비용상승으로 직결되는 석유화학, 항공업계에 타격이 우려된다.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이 석유화학 내재화와 수출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한국 석화업계 입장에서는 수요위축과 공급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석유 시추 시설 모습./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여기에 고유가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비용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나프타 가격에서 에틸렌 가격을 뺀 수치)가 톤 당 100달러대에 머물면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항공업계도 고유가에 국제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름하고 있다.
6월 항공유가 90달러 선이었던 것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새 30달러 이상 치솟은 것이다.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항공유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유는 항공사 고정경비의 30%를 차지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 상승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이후 정제마진은 배럴당 10달러를 넘고 있는데,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수익분이 하반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 원유 구매 가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므로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고유가는 산업계는 물론 한국 경제의 각종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면 당국이 예상하던 하반기 경기 반등 시점도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